점점 거세지는 중국발 사드 후폭풍…"앞으로가 더 문제"

中, 한국 관광 금지 구두지시…"이달 15일부터 한국 관광상품 판매 말라"
정부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윤병세 "국제규범 어긋나는 부분 있는지 면밀히 볼 것"
'사드 변수'에 북중 관계도 급해빙 무드…대립각 세우다 '혈맹관계' 강...
  • 등록 2017-03-03 오후 7:17:02

    수정 2017-03-03 오후 7:17:02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중국발(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이 매섭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부터 시작된데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바이지만 중국측의 반응은 훨씬 즉각적이고 강경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전후로 수면 아래서 감지되던 한류 문화 콘텐츠 차단, 한국 상품 불매운동, 한국 관광 금지 등의 보복성 조치는 최근 롯데그룹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 이후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조치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중순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의 관광객 버스 주차장의 한가한 모습.
中, 한국 관광 금지령 구두 지시…중국 내 혐한 분위기 심화

3일 중국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관광당국인 국가여유국은 베이징의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한국행 관광객 모집을 즉각 중단하고, 오는 15일부터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구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가여유국은 이날 공식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한국 당국이 중국인의 입국을 거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한국 관광을 신중히 결정하라는 경고를 발령했다.

성명은 “최근 일부 중국 국민이 제주도를 방문하면서 비자가 거부되는 사태가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는 현지 공항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억류되기도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 국민은 해외여행 시 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하고 목적지 선택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720만명이며 이 중 중국인은 804만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인 방문객이 최대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부의 혐한(嫌韓)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웨이보 및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일 장쑤성 치둥현 롯데백화점 부근에서는 신원 불명의 인물들이 롯데에 대한 항의 시위 후 주변에 있던 현대자동차 차량을 벽돌로 부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3%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닷컴’은 지난달 28일 롯데마트관을 전격 폐쇄했다.

정부, 유감표명했으나 구체적인 대응 쉽지 않을 듯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중국측의 일련의 조치와 관련해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여유국의 한국 관광 중단 관련 조치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중국의 보복성 조치에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가시화된 이후 각종 채널을 통해 중국측의 항의와 보복성 조치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했으나, 중국 당국의 관여를 증명해야 한다는 한계에 부딪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와 스페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사드 관련 중국측의 보복 조치와 관련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보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의 분명하고 당당한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로 아주 일사불란한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이다. 지금까지 공산당의 지침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며 중국 당국의 관여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임 교수는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고 밀릴 수 없는 미국과의 싸움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지금은 아주 낮은 단계의 시작점이다. 우리와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계속 쓰면서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인 이미 사드 문제를 자국의 중대한 안보이익 침해라고 규정한 바 있다”며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로 못 박은 이상 이 문제에 있어서 아무리 우리 입장을 설명해도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사드 변수에 북중 관계는 급개선…양측 모두 ‘혈맹’ 강조

중국 정부 초청으로 방중한 북한 리길성 외무성 부상(왼쪽)이 지난 1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드 배치 가시화의 여파는 북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급)은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북한과 중국 양측은 공히 이번 회담에서 이른바 ‘혈맹’으로 지칭하는 전통적인 우호·친선관계를 강조하고 앞으로 양국 관계를 공고히 관리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냉랭하던 북중간에 급격히 해빙 무드가 조성된 데는 사드 변수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 대외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달 21일 올해 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북한은 이틀 후인 23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주대(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며 중국측의 조치를 ‘너절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임을출 교수는 “탄도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암살, 석탄수입 중단 등의 갈등 이슈가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북한과 사드 문제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중국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전격적인 북중간 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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