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육부 주요 대학지원예산 1.4조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주요 대학지원 사업은 모두 9개다. 이대 사태로 주목받은 평생교육단과대학(평단)사업을 비롯해 산업연계교육선도대학(프라임·PRIME)·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CORE) 등이다. 지원 예산을 모두 합하면 올 한해만 1조3960억 원에 달한다.
이들 사업은 교육부가 사업공고를 낸 뒤 대학들의 신청을 받아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육부가 신청요건을 제시하고 대학이 이에 맞춰 신청서·계획서를 제출하면 평가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평가기준에 원하는 조건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 등 쉽게 정책목표를 달성한다.
지난 5월 21개 대학을 선정한 프라임사업이 대표적이다.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대학정원 조정사업으로 공모 당시 75개 대학이 지원해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대학 간 경쟁이 치열했다. 사업 선정 결과 프라임사업 선정 21개 대학의 전체 정원이동 규모(5351명) 중 90%(4856명)가 인문·사회·예체능계열에서 공학계열로 이동했다.
교육부는 같은 방법으로 2014년 대학특성화사업을 통해 4년제 대학에서만 1만9085명의 정원감축을 이끌어냈다. 대학별 정원감축 규모를 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는 대학지원 사업을 활용해 정원감축 외에도 등록금 동결·인하, 총장직선제 폐지, 졸업생 취업률 제고 등 여러 요구사항을 관철해 왔다”고 말했다.
교육부 지원사업에는 대학들의 신청이 몰린다. 정부에 의해 ‘등록금 인상’이 막힌 대학들이 등록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재정확충에 나선 결과다. 정부는 2011년부터 대학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2011년 768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사립대 등록금은 △2014년 733만원 △2015년 733만원으로 오히려 뒷걸음 쳤다. 대학들이 교육부 지원사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교육부 사업을 많이 따낸 총장이 유능한 총장’이란 인식을 낳게 했다. 최경희 이대 총장도 이 같은 구조에 매몰돼 욕심을 내다 학생들로부터 사퇴요구를 받는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대는 지난 3월 코어 사업을 따낸 데 이어 5월에는 프라임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국고보조금만 3년간 240억 원에 달한다. 최 총장은 지난 7월 교육부 평단사업까지 따내는 성과를 올렸지만 학생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수도권 A대학 총장은 “대학총장이라면 본인 재임기간 중 국고 유치를 많이 해 대학을 발전시켰다는 얘기를 듣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사태 계기로 “교부금 도입” 주장
이 때문에 이대 사태를 계기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내국세의 20.27%를 걷어 초중등학교에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처럼 대학에도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교부금 형태로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특수목적사업을 공모하는 형태의 교육부 선별지원 방식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대학에 대한 경상비 지원을 바탕으로 등록금 인하와 사립대 개혁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지원방식으로는 대학이 교육부에 계속 통제 대상이 되는 데 반해 교부금을 도입하면 대학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대학에 교부금을 지원하고 부실·비리 대학에 대해서는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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