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나를 이긴 사람들’ 대담
각자 분야에서 도전 멈추지 않아
스스로 토닥토닥…나만의 힘 길러야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하루아침에 시각이 흐려졌다. 결국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나는 망했어’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떠올렸.”(허우령 KBS 7기 장애인 앵커·유튜브 크리에이터)
“나는 이긴 사람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계속 싸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조희숙 한식공간 대표)
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의 두번째 세션 ‘Be Winner-나를 이긴 사람들’을 주제로 진행된 대담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다움을 찾아낸 과정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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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에는 김민지 GS그룹 사내식당 총괄매니저(영양사), 조희숙 한식공간 대표, 서경종 라우드코퍼레이션 대표, 허우령 KBS 7기 장애인 앵커·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어려움을 뛰어넘고 한계를 극복한 이야기를 전했다.
시각장애를 이겨내고 방송활동을 하는 허 앵커는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움츠러들 때도 있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교내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으며 사람들로부터 응원을 받았다”며 “20대가 돼서도 방송을 하고 싶었는데 달리 방법이 없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됐고 지금은 16만 명 이상의 구독자와 만나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인데 어떻게 아나운서를 해?’ 나 ‘유튜브는 또 어떻게 해?’ 라는 것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방법을 찾으면 할 수 있다’고 답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헤쳐가는 허우령이 되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영양사로 재직하던 시절 ‘랍스타 메뉴’를 내놓으며 급식의 틀을 깼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급식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내 유명세를 탔다. 김 매니저는 “어느 날 학생들로부터 랍스터를 원한다는 의견을 듣고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예산 제한이 있어서 2~3달에 한 번 특별식을 준비하고 그 다음날은 수제 메뉴로 대응하는 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다움’이라는 주제를 생각했을 때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이 급식실로 행복하게 뛰어오는 모습이 생각났는데 그것이 진정한 내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영양사 시절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학교나 기업, 어디에 있든 행복한 밥 한 끼를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식 외길 인생을 41년간 걸어온 조희숙 대표는 미슐랭 1스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선정,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 등 성과를 이뤄낸 인물이다. 작년에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협업해 국내 최초로 한식 레스토랑 ‘우리 루이비통’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조 대표는 “나를 이긴 적이 없는데 이런 대담에 나와도 되는지 생각했다”며 “한 번뿐인 인생을 좀 더 가치있게, 좀 더 뛰어나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고 술회했다. 또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계속 싸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셰프로서 그간 보낸 시간을 책으로 정리 중인데 새로운 공부를 계속하면서 싸워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타인의 시선 이겨내야…“나만의 빛 깨닫는 것이 중요”
이날 패널들은 타인의 시선을 이겨내고 나다움을 찾는 과정을 거친 자신들의 경험담을 전했다.
김 총괄매니저는 갑작스레 유명해진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김 매니저는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면서 동종업계의 영양사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상처가 많았다”며 “언젠가부터 남들 시선을 의식하게 됐고 그렇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과거 내가 즐겁게 일했을 때 모습이 어땠는지 돌이켜보게 됐다”며 “내 실수나 잘못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나만의 빛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앵커 역시 “10대 시절 눈치를 많이 봤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아니다 또는 맞다’를 따지기보다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너 예전에 못했는데 지금 잘할 수 있잖아!’라거나 ‘못해도 괜찮아. 안 죽어!’ 등의 말로 나 자신을 토닥토닥하면서 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남의 시선을 고려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잘 돌보라는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조 대표는 “책이나 대화, 사유를 통해 나만이 알고 있는 나 자신을 깊이 보는 훈련을 하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힘을 기르고, 스스로를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