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중 하나인 씨티그룹이 반도체 업황이 앞으로 악화일로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처럼 반도체주(株)에 대해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크리스 데인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날 자사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발표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PC) 관련 데이터와 대만에서의 월간 PC 및 스마트폰 판매 수치,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판매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반도체주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재료보다는 부정적 재료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9월에 나올 데이터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반도체주 조정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경기 침체와 업체들의 재고 증가 전망을 토대로 할 때 반도체업종이 적어도 10년, 아니면 2001년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리의 종전 믿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면서 씨티그룹이 분석하는 반도체업종 내 모든 기업들이 조정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0일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 소비자용 D램 가격 전망치를 기존 8~13% 하락에서 13~18% 하락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달 5일 3~8%에서 8~13% 하락으로 낮춘지 한 달 만에 또 이루어진 조정이다. 소비자용 D램은 셋톱박스와 스마트TV, 인공지능(AI) 스피커, 사물인터넷(IoT) 등에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다.
트렌드포스는 “한국 D램 반도체 기업들이 유통업체와 고객사의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가격 타협 의지를 높이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다른 업체들도 이에 따라 판매 가격을 대폭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며 “소비자용 D램 가격의 하락세는 4분기는 물론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5년 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엔비디아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예비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2분기 매출액이 당초 전망에 못 미친 가장 큰 이유는, 거시경제적 역풍으로 인해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게임 및 비트코인 채굴 관련 제품을 유통업체들이 덜 사간 탓”이라고 설명하면서 “시장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조정할 것으로 보여 (실적 부진이) 3분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아울러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 경고에 대해서도 “마이크론은 반도체업체들 중에서 처음으로 (PC와 스마트폰 이외에) 자동차와 산업분야에서의 수요 둔화까지 경고했다”며 “과거부터 마이크론은 이 분야에서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선행지표 격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