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정규직` 공공부문 복리 차별…설익은 정규직화가 낳은 갈등

무늬만 정규직 전환…공공기관 39곳 식비·복지포인트 차별
자회사 정규직 전환 차별 더 커…“건보공단 등 갈등 원인”
설익은 정규직화 때문…"갈등 조정 상설기구 설치해야”
  • 등록 2021-10-05 오후 5:02:53

    수정 2021-10-05 오후 9:30:12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은 문재인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기존 구성원과의 갈등, 인건비 부담 등 정규직화 이후 발생할 여러 문제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상태에서 정규직화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정규직 전환 성과에만 매달린 공공기관들이 전환 이후 직원들에 대한 차별을 방임하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 후폭풍이 지금부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앞세워 이달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규직화 갈등을 조정해줄 상설기구 없이는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무늬만 정규직 전환…공공기관 39곳 식비·복지포인트 차별

5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에게 복리후생 3종 세트 기준을 미이행한 공공기관이 39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준으론 51곳에 달해 정부가 6개월간 이행을 독촉했지만, 그사이 이행한 기관은 12곳에 불과했다.

복리후생 3종 세트 기준은 식비,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을 뜻하는 말로 정규직 전환된 직원들이 기존 정규직 직원 대비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2017년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명시한 기준이다. 현 기준에 따르면 공무직 복리후생비는 식비 월 13만원, 복지포인트 연 40만원, 명절 상여금 연 80만원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을 실시한 공공기관에서는 복리후생 3종 세트를 포함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과 기존 정규직 사이에 여전히 차별이 여전하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에 합리적인 임금 기준과 함께 복리후생비 지급기준 마련에 필요한 재원 확보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복리후생 3종 세트를 이행하지 못한 이유가 대부분 예산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정규직과 공무직 간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7월 “복리후생비는 직무와 무관하게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직원에게 지급되는 항목임에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구체적 지급기준 개선 방안 없이 논의를 지속하겠다고만 했다”며 “두 기관이 실질적으로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정부는 지난 8월 공무직 인사 관리 가이드라인도 마련했지만 실제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 기관 차별 규모 더 커

특히 이번 복리후생 3종 세트를 이행하지 못한 기관 중 공공기관 자회사들의 미이행 규모가 커 정규직화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의 자회사인 SBDC종합관리㈜는 85명, 독립기념관의 자회사인 (주)한빛CS는 127명, 태권도원의 자회사인 태권도원 운영관리㈜는 117명에게 복리후생비를 차별을 방치했다. 이번 미이행 기관 중 경남 진주시(158명)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정규직 전환방식 중 자회사 설립 후 채용은 기존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면서도 고용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들이 선호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막상 자회사 채용된 직원들은 임금이나 복리후생 측면에서 직고용보다 더 차별이 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건보공단을 비롯해 정규직화를 앞둔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은 자회사 방식을 회피하고 직고용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리후생 3종 세트 미이행 기관 현황(자료= 김웅 의원실 제공)


고용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19만 9538명 중 4만 9709명(25.8%)는 본사가 아닌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전환 인원 4명 중 1명꼴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한 기관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50.4점에 그쳤다.

설익은 정규직 전환에 갈등 최고조…“갈등 조정 상설기구 설치해야”

문재인 정부의 설익은 정규직 전환 정책이 불러온 갈등은 이달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필두로 이달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가 비록 공무원과 하는 일은 다르지만, 공적인 업무를 하는 공무직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말고 적어도 복리후생비는 똑같이 주라고 했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며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총파업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규직 전환 갈등을 관리할 상설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 정규직화에 대한 상설기구를 둬서 여러 갈등 문제에 대해 범위를 두고 조정해줘야 한다”며 “앞으로도 40만명에 가까운 무기계약직에 대해 차별 시비나 본사 직고용 요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관별로 알아서 하라고 하면 매년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공공기관 인력정책이나 노동시장을 합리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정부가 위원회 방식이 아니고 집행력이 있는 TF 구성을 해 5년 계획을 가지고 논란이 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하나의 원칙으로 미래 지향적인 임금과 인사제도에 대해서 정비해 나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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