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7시간 도심 집회 종료…'기습 분향소' 강제 철거(종합)

31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 등 대규모 집회
야간 문화제 후 경찰청 앞 행진 없이 해산
청계광장 앞 '양회동 분향소' 기습 설치에
경찰-노조 물리적 충돌…4명 현행범 체포
  • 등록 2023-05-31 오후 10:10:25

    수정 2023-05-31 오후 10:10:25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김영은 이영민 수습기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약 7시간 만에 자진 해산했다. 당초 예고했던 집회 집결지인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 세종대로에서 서대문구 경찰청 앞까지 야간 행진은 열리지 않았다. 한때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다행히 유혈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31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벌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고(故) 양회동 분향소’를 불법으로 기습 설치하면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31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등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와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사전 대회를 시작했다. 이후 이날 오후 4시경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 세종대로 일대에 주최 측 추산 2만명이 집결해 본대회 집회를 열였다. 정부가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집중 단속으로 노조를 탄압한다고 반발하면서다.

이들은 이날 주간 집회 후 오후 6시쯤부터 문화제 형식의 야간 집회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회 주최 측이 서울 중구 청계광장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분신 사망자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불법으로 기습 설치했다. 이에 경찰이 즉각 제지하고 나서면서 이를 지키려는 집회 참가자 등 수백명이 한때 엉키는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부터 약 1시간 동안 이곳 일대에서 분향소 철거를 두고 “시민들이 통행하는 곳에 천막을 불법으로 설치하는 것은 불법행위다. 철거하길 바란다”는 즉각 해산 명령과 함께 노조와 대치했다. 경찰은 대규모 충돌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캡사이신’ 장비를 꺼내긴 했지만 실제 분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3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대규모 도심 집회 중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불법으로 기습 설치한 ‘고(故) 양회동 분향소’를 두고 경찰이 강제 철거에 나서자 이를 막아서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오후 7시쯤 경찰이 불법 천막 강제 철거를 위해 경력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노조 관계자 2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소방 당국은 현장에 119 구급대원을 투입해 부상을 입은 집회 측 관계자 여러 명을 확인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도로 위에 쓰러진 조합원 1명을 포함한 2명이 구급대원들에 의해 구급차량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 1명은 팔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분향소 불법 기습 설치를 주도하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한 민주노총 조합원 남성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관할 구청의 행정응원 요청에 따라 천막 설치를 차단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3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대규모 도심 집회 중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불법으로 기습 설치한 ‘고(故) 양회동 분향소’ 를 경찰이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해 119 구급대원이 후송하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집회 주최 측이 이날 기습 설치한 분향소는 경찰 등 행정 대집행을 통해 즉각 강제 철거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부터 세종대로 일부 차선에 설치한 무대에서 노래 공연 등 추모문화제를 이어가며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우리가 양회동이다, 반드시 승리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우리 양회동 열사의 분향소는 경찰이 철거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철거했다”면서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릴 때까지 열사 투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8시30분쯤 “경찰과 마찰 없이 귀가하라”는 주최 측 안내와 함께 집회를 종료하고, 도심 속 야간 행진 없이 주변 뒷정리를 하며 해산했다. 야간 추모제 주변 경비를 위해 600명의 기동대를 투입한 경찰도 집회가 마무리되자 현장을 철수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야간마다 진행해 온 촛불문화제를 다음달 1일부터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6시30분 등 매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퇴진 및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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