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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 “화웨이, 제 3자 거래도 안돼”…완전 차단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중국 화웨이와 화웨이의 21개국 38개 자회사들이 미국 소프트웨어·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제재안을 발표했다. 조치는 즉각 효력을 발휘한다. 이로써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152개로 늘었다.
이는 지난 5월 내놓은 화웨이 제재안을 더 확대한 것이다. 상무부는 당시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가했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화웨이와 그 자회사들은 미국 국가 안보와 외교 이익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미국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미국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3자 거래(through third parties)를 통해 노력해 왔다”며 “이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자 제3의 제조업체를 통해 구매하려는 시도를 막겠다는 게 상무부의 의도다. 로스 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술에 악의적으로 접근하려는 허점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오늘 우리는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획득하는 능력을 제한해 화웨이와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에 직접적인 타격(direct blow)을 날렸다”는 글을 남겼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극단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화웨이를 비롯한 자국의 선도 기술기업을 향한 미국의 공세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1단계 무역 합의와 연동하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디커플링…美 산업계, 제재 부작용 우려
기술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갈등 양상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미국 내 사업체 자산을 90일 안에 모두 매각하라고 바이트댄스에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시사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중국 IT 공룡으로 불리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그 대상일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중 디커플링은 비단 중국 기업에만 상처를 주는 건이 아니다. 미국 기술 업계가 공급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가치가 1000억달러 이상인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인텔, 브로드컴 등 미국 5대 반도체칩 기업들은 매출의 25%에서 50%까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발표된 후 가장 먼저 반발한 측도 화웨이가 아닌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성명을 내고 “현재 규제안을 검토 중이지만 반도체 거래에 대한 이와 같은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를 달성하려는 기존의 부분적인 제한 입장에서 갑자기 선회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고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민감하지 않은 상용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반도체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고, 이것이 미국의 경제력과 국가 안보에 핵심이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