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완승]美 ITC 성패…‘균주 출처’가 갈랐다

행정판사 “균주 절취 증거 없다” 밝혀
대웅제약 균주 입증 ITC 설득 못한 듯
“대웅, 메디톡스 균주 사용” 의견 작용
“전문공개 안 돼…속단 어렵다” 지적도
  • 등록 2020-07-07 오후 4:36:09

    수정 2020-07-07 오후 4:36:09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7일(한국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정에서 메디톡스(086900)가 승리한 배경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가 분명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의 균주 기원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들여온 홀 하이퍼(Hall hyper)다. 보톡스란 제품명으로 유명한 미국 엘러간과 균주 기원이 같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웅제약 본사(왼쪽)와 메디톡스 빌딩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반면 대웅제약(069620)의 균주 기원은 ‘토양’이다. 그동안 대웅제약은 균주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메디톡스 측 공격에 대해 “보툴리눔 균은 혐기성 토양미생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며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07년 국내 토양에서 동정한 보툴리눔 A형 균주의 독소 염기서열도 대웅제약 균주와 100% 일치한다”고 해명해 왔다.

이번 예비결정에서 행정판사가 메디톡스 측 주장인 균주 절취 부분과 관련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대웅제약에 ‘10년간 수입 금지 명령’을 권고한 데는 균주의 순수성이 주된 쟁점이었음을 반증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초 ITC는 미국 내 재산권 간 연관성을 증명해야 하는 ‘국내 산업(domestic industry test)’에 국한해서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각하돼야 할 사안이 이례적으로 조사개시 결정이 내려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톡스 분쟁은 다른 나라 문제로 ITC 관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ITC가 이번 사태에 일차 판단을 내린 배경엔 세계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분리·동정에 성공하고 보톡스 제품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엘러간 등 미국 고유의 톡신 시장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강했다는 해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앞서 ITC 소속 변호사(Staff Attorney)는 지난 3월 4일부터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의혹 ITC 재판을 통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미(美) ITC가 다루는 대부분의 사건은 지식재산권에 관한 것으로 판사는 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 의견을 필요로 한다. 해당 기능을 하는 것이 ‘ITC 소속 변호사’다. ITC 소속 변호사는 ITC 재판부가 별도로 지정한 제3의 당사자로 ‘배심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원고와 피고 양 당사자가 제시한 모든 증거들을 열람해 중립적인 전문가 의견을 제시한다.

대형 로펌의 한 국제중재 전문변호사는 “ITC 결정문 전문은 양 당사자 기업의 영업 기밀을 세밀하게 담고 있어 당사자에게도 공개되지 않는다”면서 “최종판정 이후에도 재심·항소와 같은 불복 절차들이 남아있는데다 전문을 알 수 없어 아직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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