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안건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업체인 서스틴베스트가 주요 상장사 30곳의 주총 안건을 분석한 결과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 16개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주로 과도하게 겸직을 하고 있거나 과거 비리에 연루된 전력, 최고경영진과의 친분 등이 사내외 이사의 결격 사유로 거론됐다.
서스틴베스트는 현대제철(004020)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정 부회장이 과도한 이사직 겸임과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을 이유로 반대를 권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6개 회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또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로부터 부당지원을 받은 혐의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이력을 문제 삼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재선임건이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도 과도한 겸임을 문제로 반대를 권고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사내이사의 적격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CJ지배주주 일가는 1997년 CJ의 리픽싱옵션부 BW를 대부분 인수하고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유무상증자 뒤 행사가가 하락한 신주인수권 행사로 지분을 증가시키는 방식의 부당주식거래를 행한 이력이 있다. 손경식 회장이 당시 제일제당(현 CJ)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또 손 회장이 선임되면 최대주주 및 총수일가가(손경식+이재현) 사내이사의 50%를 초과한다는 지적이다.
최창근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도 문제가 됐다. 고려아연을 포함한 영풍그룹은 고 최기호 회장과 고 장병희 회장이 공동 창업해 현재까지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사내이사는 4명으로 최창근 후보가 재선임되면 장형진 사내이사, 최윤범 사내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의 75%가 지배주주의 친족으로 구성된다. 경영이 오너 일가를 위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 회장은 1997~1999년 서린유통과 서린상사에 대한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 당시 고려아연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네이버의 사외이사 후보인 이종우 숙명여대 교수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서울대 산업공학과 동기로 이사회 의결권 독립성에 문제가 될 것으로 봤다.
이 밖에 LG전자는 이사회가 제시한 이사 보수 한도가 회사의 당기순이익에 비해 과다해 기관투자자가 안건을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LG전자는 이사보수 한도를 전기대비 30억원 줄인 8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이사 수는 같은 기간 4명이 줄어든 7명으로 한사람 당 보수 한도는 오히려 14% 늘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이 30%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다는 평가다.
서스틴베스트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자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번 권고가 실제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