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첨단기술 유출 '줄줄이'…日은 정부가 나서 예방했다

日 경제안보법 제정으로 예방·처벌 강화
보조금 받는 기업에 '유출 방지' 의무 부과
특허 유출에 따른 벌칙 규정 마련…韓 미비
  • 등록 2024-09-10 오후 4:51:42

    수정 2024-09-10 오후 4:51:42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국내 반도체 임직원들의 핵심 기술 유출 범죄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기술력으로 한국을 쫓고 있는 중국에 첨단 기술을 넘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로 인지하고 정부 주도로 예방과 처벌을 강화한 법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전직 부장 김모씨와 관계사 전 직원 방모 씨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 5개 분야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대해 ‘기술 유출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만약 다른 국가로 기술이 유출된다면 일본 정부는 기업에 보조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경제안보법은 2022년 5월 정부 주도로 제정되면서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시행된 법안이다. 첨단 기술을 국가 안보로 인식하고 반도체, 에너지 등 중요한 산업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영업 비밀과 기술 유출 관련 사건은 2013년 5건에서 2022년 22건으로 급증하며 산업스파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

경제안보법은 ‘처벌’은 물론 ‘예방’에 중점을 둔 내용으로 이뤄졌다. 첨단 기술이 외부에 부당하게 유출된 경우 해당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그 연구의 성과를 활용하도록 했다. 특허와 관련된 정보의 적절한 관리와 특허 공개로 인해 국가·국민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의 유출을 방지하는 조항, 이에 따른 벌칙 규정도 함께 마련했다.

한국 또한 산업스파이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기술 유출에 대한 방지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산업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이다. △2019년 14건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리 산업이 빠른 시간에 발전한 만큼 경제 안보 인식이 일본에 비해 느린 수준이지만 발전하는 단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경제 안보라는 개념을 얘기한 게 이제 2~3년으로 짧지만 일본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인지해 왔다”며 “우리가 뒤처진 건 맞지만 일본은 그만큼 오랜 기간 논의해온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특허출원과 관련한 벌칙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특허법’과 ‘실용신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은 한국 역시 국회 차원의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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