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A씨는 이데일리에 “오피스텔의 공사현장에서는 가로등이 기울어지고 도로와 보도 경계석이 이탈하는 등 도로가 움푹 주저앉는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사용승인이 났다”며 “지난 1월 25일부터 입주할 수 있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오피스텔로 접근하는 도로 침하로 이사하고 싶어도 이사 차량이 접근할 수 없어 이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건설 파업 영향에 따른 공기 부족과 그에 따른 부실시공, 입주지연에서부터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까지 건설 현장 곳곳에서 갈등이 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쟁조정기구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불어나고 있다며 조정기구 간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건설분쟁전문관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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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오피스텔 ‘시화MTV웨이브파크리움’ 수분양자들은 시흥시를 감사원에 민원신청하고 시행사 하나자산신탁과 시공사 온누리종합건설을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와의 공사비 다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GS건설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신반포메이플자이) 재건축 조합과 공사비·공기 문제를 놓고 수개월째 갈등을 빚다가 최근 공사비 증액과 공기 연장에 잠정 합의했다. GS건설은 애초 공사비를 9300억원에서 1조 4000억원으로 증액하고 공사 기간도 10개월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우선 공사비를 1조 1300억원으로 늘리고 공사 기간은 8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공사비 증액 문제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착공도 하기 전에 공사비 인상으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현장도 많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함께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도 공사비 인상 문제를 두고 반년 넘게 착공을 못 하다가 최근에서야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2017년 도급계약 체결 당시 3.3㎡당 448만 5000원이었던 공사비를 613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착공 시기 등은 아직 협의 중이다.
통합관리 ‘전무’…중재 기구 콘트롤타워 만들어야
문제는 건설 분쟁 발생 규모가 잦고 다양한 데 통합 관리도 어려운데다 법적 구속력도 없다. 이 때문에 개별 민사 소송기간이 길어지는 등 개인·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가 마련한 건설 분쟁 기구로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건축분쟁전문위원회,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대한상사중재원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각 위원회가 다루는 사안별로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공유하거나 데이터베이스(DB)화 등 통합 관리할 방안이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설 분쟁 심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품질관리기준’을 세분화하고 건설 분쟁 조정과 중재 기구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건설 소송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명확한 건설품질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의단계에서 해결하는 건설분쟁 자료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데다 중재·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더라도 이를 DB화하는 등 통합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수의 건설 분쟁조정과 중재 기구의 콘트롤타워를 설립하고 건설 분쟁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역시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