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한꺼번에 신축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는 ‘입주장’(신축 아파트 공사가 끝나서 입주하기 전까지의 기간) 이 닥치면서 강남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해 전세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줄고 있다. 매맷값과 전셋값의 갭이 늘면서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다만 최근 늘어나는 대출 이자 부담과 역전세 현상을 못 버틴 매물이 급매로 나오며 이를 기회로 보고 갭투자하는 수요가 일부 일고 있다. 역전세란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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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지난달 강남3구의 갭투자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송파구는 지난달 총 141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있었는데 이 중 단 11건(7%)만 갭투자 거래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13%를 보인 갭투자 비중에서 절반가량 감소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단지를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입주장이 시작되는 강남구도 지난달 갭투자 비중은 총 매매거래 101건 중 단 5건으로 4%에 그쳤다. 전달인 지난해 12월 갭투자 비율이 7%를 기록하고 앞서 지난해 초에는 18~26%까지 달했던 갭투자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달 매매거래 47건 중 단 3건만이 갭투자로 6%의 갭투자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서초구의 갭투자 비중은 25%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입주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전세물건은 쌓여만 가는데 전세보단 월세 살겠단 사람이 많아서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실제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기준 평균 18억2500만원에 거래되던 전셋값이 올해 1월 14억5000만원에 실거래 돼 3억75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 84㎡ 전셋값은 지난해 11월 18억5000만원에서 올해 1월 17억원으로 한 달 새 1억5000만원 하락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전셋값이 같은 기간 9억8333만원에서 8억8333만원으로 1억원 떨어졌다.
|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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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을 갑자기 되돌려줘야 하거나 대출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급매물로 나온 물건을 일부에서 갭투자 기회로 보고 매수가 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간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여전한데다 입주장 국면에 쏟아지는 물량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갭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은 입주량이 몰리고 고금리에 이사 자체도 줄어 역전세난 지속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갭투자 수요가 줄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세입자의 소송을 우려해 아예 집을 팔자고 나서면서 급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도 많아 매매가격 회복에도 제동이 걸려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