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직장내 갑질 기승…한주새 제보 100건이상 증가

직장갑질119, 3월 둘째주 코로나 갑질 제보 분석
"무급휴가가 44.1%…지난주보다 해고·권고사직 2.6배"
"파견노동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에서도 빗겨가"
"비정규직, 파견직 등이 코로나 사태에서도 취약해 대책 절실"
  • 등록 2020-03-16 오후 4:00:00

    수정 2020-03-16 오후 4:22:02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웨딩홀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회사가 10일간 무급휴가를 사용하라는 내용의 동의서를 내밀자 주위 동료들의 눈을 의식해 서명했다. A씨는 “부서 전원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고민할 시간도 없었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거절할 수 없어 서명했다”면서 “회사는 직원들의 자발적 동참을 호소한다고 했지만 동의서 서명 여부와 관계 없이 무급휴가를 강행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를 겪는 직장인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사진=직장갑질119)
3월 첫주 코로나 갑질 247건→둘째주 376건…100건 넘게 증가

직장갑질119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접수된 제보 911건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관련 갑질 제보가 376건으로 41.3%를 차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3월 첫주 같은 내용의 제보 건수인 247건보다 1.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3월 둘째주 접수된 376건 중 무급휴가가 166건(44.1%)으로 가장 많았고 불이익을 겪었다는 제보가 69건(18.4%), 연차강요가 56건(14.9%), 해고와 권고사직이 55건(14.6%), 임금삭감이 30건(8%)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3월 첫주와 비교했을 때 해고와 권고사직 제보가 2.6배로 크게 증가했다”면서 “코로나 갑질이 연차강요, 무급휴가, 해고·권고사직 순으로 이어지고 있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또 파견노동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적용받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과 노동자가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내놨다. 하지만 파견노동자들은 파견업체에선 상시적으로 인력 조정이 생기기 때문에 해당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항공사 아웃소싱 업체에서 일하는 B씨는 “회사가 무급휴가 2주를 권유하면서 사태가 진정되면 복직을 시켜주겠다고 권고사직서를 받기도 했다”며 “고용유지지원금과 관련해 사측과 얘기 중이지만 신규입사와 인위적 감원이 발생하고 있어 인원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시킬 수 없어 안 된다 한다”고 토로했다.

비정규직, 파견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감염·생계 위기에 취약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해고를 당했을 경우 고용형태와 상관 없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해고는 더이상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거나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한 해고 두 가지다”라면서 “파견노동자가 업체와 맺은 근로계약서에 해고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파견노동자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만 정한 것이라면 사용사업주의 요청만으로 해고하는 건 부당해고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 코로나대책반은 ‘코로나 갑질 긴급 예방 수칙’을 내놨다. 예방 수칙에는 무급휴직 동의서를 강요로 써야 한다면 증거 남기기, 연차휴가를 강요받는다면 증거 남기기, 사직서 쓰지 말고 부당해고 구제신청하기, 고용유지지원금 활용하기, 노동조합과 직장갑질119 찾기 등이 담겼다.

이와함께 직장갑질119는 정부에 △특수고용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특별고용지원업종 확대 △인력파견업 무급휴직 대량해고 특별근로감독 △고용유지지원금 소급 지원(휴업 이후 신청 허용) 등을 요구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항공, 여행, 교육, 외식, 서비스업종을 넘어 경제위기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최근 집단감염 사례에서 보듯이 비정규직(하청), 파견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감염과 생계의 위기에 가장 취약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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