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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보고받고 인지하고 있었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사장과 삼성전자 부사장 2명 등 고위급 임원에 대한 신병확보에도 나섰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과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에서 분식회계 관련 조치사전통지서를 받고나서 같은 달 5일 핵심 임원들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어 관련 증거를 없애기로 결정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3명은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에피스의 일련의 증거인멸 작업이 삼성전자 등 윗선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지난 11일 구속했다. 이들은 구속된 이후 당초 입장을 뒤집고 ‘증거인멸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양모 삼성에피스 상무 등의 공소장에는 양 상무가 지난해 7월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재경팀 소속 직원들에게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등 공용폴더에 저장된 약 2100개 파일의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검찰은 지난 17일 삼성에피스 양 상무와 이모 부장을 증거인멸과 증거위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회사 직원의 컴퓨터와 노트북 등에 저장된 문건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VIP’,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부회장이 콜옵션 공시누락 등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보고 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되도록 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가 회계장부에 부채로 반영되는 미국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약정을 일부러 누락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 작업의 책임자로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팀장(사장)을 지목하고 소환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옛 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 사장은 2017년부터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를 이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