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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를 보고 박물관 정책을 수립하면 늦습니다. 30년 뒤 국립중앙박물관의 역할과 모습을 고려해 박물관을 발전시키겠습니다. 박물관이 풍요로운 사회적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배기동(65)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25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취임 100일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앙박물관의 캐치프래이즈를 ‘따뜻한 친구 함께 하는 박물관’으로 정했다며 앞으로의 중앙박물관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배 관장은 “지금 중앙박물관은 여러 세대가 같이 문화재를 즐기기 어려운 공간적인 문제가 있다”며 “세대별로 박물관을 방문하는 목적이 다른데 모든 유물이 한 공간에 있으니 서로 피해를 주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진단했다. 이어 “아이들을 위한 전시공간을 따로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쉴 곳이 적다는 중앙박물관의 지적사항도 개선한다. 배 관장은 “기존 휴식공간을 재구성해 편의성을 높이겠다. 외부 정원 등 죽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비해 낙후한 지방 국립박물관들을 위한 계획도 준비했다. 배 관장은 “서울 외에 13개의 국립박물관이 존재하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시설이 낙후되고 유물도 턱없이 모자라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꺼번에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한 해에 한 곳씩 장기적으로 모든 국립박물관의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 국립박물관에 보내는 중앙박물관 유물 수도 현재 1만 3000점에서 4만 4000점까지 늘릴 예정이다.
아울러 지방 국립박물관의 ‘킬러 콘텐츠’도 강화한다. 배 관장은 “지방 국립박물관 저마다 특별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야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다”며 “공주국립박물관이 무령왕릉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것이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는 모든 박물관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각각의 킬러콘텐츠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해보고 싶은 전시를 묻자 “한민족과 인류의 기원을 다루는 전시”라고 대답했다. 잘 준비해 “임기 중이 아니어도 중앙박물관의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배 관장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인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호암미술관 학예연구관으로 문화재 분야에 발을 디뎠으며 한양대박물관장, 한국박물관협회장,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의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의장직을 연임했다. 지난 9월에는 ‘문화적십자’로 불리는 비정부국제기구인 국제푸른방패의 초대 집행위원(상임이사)으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