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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평가 방법을 부당하게 변경해 성능 미달의 모의 전투훈련 장비를 납품받는가 하면 과학화 훈련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사업팀장이 시스템 개발 업체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일 ‘무기·비무기체계 방산비리 기동점검’ 결과 발표를 통해 총 8건의 문제를 적발했다며 문제가 된 장비의 성능을 보완토록 통보하고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성능 기준 미달했는데도 평가 방식 바꿔 ‘합격점’
감사결과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공포탄 감지율과 영점유지율 등 핵심 성능이 크게 미달하는 중대급 교전훈련장비를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내에서 ‘마일즈’로 불리는 중대급 교전훈련장비는 야전전술훈련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통신 및 레이저 관련 첨단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개인화기 등에 부착해 실제 전장 환경과 유사한 상황이 묘사되도록 한 것이다. K-1·K-2·K-3·K-201·크레모아·PZF-3·90mm 무반동총 등에 부착하는 7종의 발사기와 개인용 및 차량용 감지기 등으로 구성된다.
K-1이나 K-2 등의 총에 발사기를 부착하고 공포탄을 쏘면 이를 감지해 레이저 광탄이 발사된다. 요구기준은 공포탄 100발을 쐈을 때 레이저 광탄이 99~101발 발사돼야 한다. 허용오차가 ±1%라는 것이다.
특히 마일즈의 영점유지율이 형편 없는 수준이었는데도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격에서 영점이 유지되지 않으면 표적을 조준할 수 없는 것처럼 발사기는 영점을 잡고 일정량의 사격(훈련)을 한 후에도 당초 영점이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영점유지 시험 결과 개인화기(K-1·K-2·K-3)는 영점유지율이 29.82%에 불과했다. 공용화기의 경우에도 90mm 무반동총은 25%, PZF-3은 50%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육군은 또다시 평가 방식을 바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뒤 적합 판정을 내렸다.
사업총괄 팀장, 업체서 법인카드 받아 개인용도 사용
육군본부가 지난해 9월 103억원을 들여 추진한 기계화부대 과학화 훈련시스템도 구축 사업도 문제 투성이었다. 전차 및 장갑차의 위치와 영상 정보가 제대로 송·수신되지 않는 불량시스템인데도 통신접속상태만 확인(Ping-Test)하는 것으로 시험평가 기준을 변경해 적합 판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핵심성능인 전차표적기 자동운용시스템도 요구성능에 미달하는데도 ‘수동 운용 병용’이라는 기준을 추가해 성능 미달 장비를 그대로 전력화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총괄하던 육군본부 사업팀장은 개발업체의 법인카드를 받아 식당과 제과점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했고 업체로부터 일식집 등에서 저녁식사를 접대받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인 방위사업 발전 전략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불량무기 문제 등이 나타난다”면서 “방산비리의 시작인 유착 관계를 끊는 전문성 인사를 통해 무기체계 부실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