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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글로벌 코인 거래소 FTX 뱅크런(투자자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로 FTX 토큰(FTT) 가격이 80% 추락하면서 국내 코인 투자자 피해도 우려된다. FTX 거래소를 이용하던 1만여 국내 투자자들은 당장 지급 불능 상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잘 나가던’ FTX의 파산 위기에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회의감까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FTX 거래소가 발행하는 FTT를 상장한 국내 거래소는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세 곳으로 파악된다. 2020년 8월 코인원과 고팍스에 이어 지난해 5월 코빗에서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세 거래소는 FTT 거래 대금이나 투자자 수를 밝히진 않고 있지만, 이날 “프로젝트의 영속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FTT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루나와 마찬가지로 상장 폐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5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던 FTT는 최근 FTX의 부실 소식이 전해지고 난 이후 현재 2달러선까지 추락했다. FTX가 큰 물량을 보유하고 있던 솔라나도 이번 사태로 50% 이상 크게 하락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솔라나는 시가총액 상위권에 있는 코인이다.
업계에선 제도권 금융과 달리 지급준비율(지준율)이 없어 예치금을 돌려받기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준율은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보유해야 하는 현금 비율이다. 국내에서는 업비트 정도만이 자율적으로 지준율을 공지하고 있다.
FTX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 수는 정확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우나 적어도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지난달 FTX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MOU)는 1만여 명(1만140명),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같은 10월 FTX 앱 사용자는 1만6028명이었다. 개인 지갑을 이용해 투자하는 이들까지는 파악하기 어려워 실제론 투자자가 더 많을 수 있다.
이 와중에 루나 사태 때처럼 ‘마지막 한 방’을 노린 ‘단타족’도 몰리고 있다. 상장 폐지가 되기 직전까지 폭탄 돌리기식 투자로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던 루나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온라인에선 “(FTT, 솔라나 등) 많이 떨어졌으니 오르지 않을까요”라는 투자자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업비트·빗썸을 비롯한 이른바 국내 5대 거래소들은 일제히 “시장 전체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