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경남)=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40여일째 이어지고 있는 금속노조 하청지회 파업으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뿐 아니라 지역 상인들도 큰 타격을 받고 있어 고통스럽습니다.” 지난 13일 찾은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에서 35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영(가명) 사장은 최근 노조 파업에 조선소 주변 상권까지 얼어붙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노조 불법 파업 여파에 원청 직원들도 야근·특근 등을 하지 못해 수당이 줄어들면서 소비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 사장뿐 아니라 주변 상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맞먹을 정도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폐업까지 고민할 정도라고 토로한다.
| ▲지난 13일 경남 거제의 대표 종합시장인 옥포시장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
현재
대우조선해양(042660) 관련 근로자는 원청 직원 1만여명과 사내협력사(하청) 직원 1만1000여명에 이른다. 사외협력사와 기자재 협력사에 소속된 직원들도 8만명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일감으로 약 10만명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사천·밀양시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며 의령군 인구보다는 4배에 이른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상권까지 고려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멈춘다면 경제·사회적 손실은 천문학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들 대부분이 제대로 일을 못하면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6월 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120여명이 파업에 돌입, 지난달 18일부터는 조선사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크(Dock·선박 건조장)인 1도크를 점거하면서다. 육상에서 만들어진 배 조각을 조립해 하나의 선박으로 만들고 이를 물에 띄워 보내는 작업이 한참 이뤄져야 할 도크가 불법 점거로 사실상 멈춰 선 것이다. 이처럼 장기간 진수(선박을 물에 띄움) 작업이 중단된 건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에 속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근로자 7명이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 있는 선박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
현재 1도크 앞엔 배 조각들이 쌓여가고 도크 안엔 건조를 마친 30만 톤(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도크에 물을 채워야 완성된 배를 내보내고 그 공간에서 새로운 선박을 조립하지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의 안전 때문에 물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건조가 끝난 원유 운반선은 오는 10월쯤 선주사에 인도해야 하는 선박인데 도크 밖에서의 시험 운전 등 남은 작업만 최소 3~4개월이 걸린다”며 “이렇게 진수 작업이 미뤄지면 계약된 날짜에 선박을 인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노조의 도크 점거로 하루 259억원의 매출 손실과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 현재까지 6000억원에 가까운 누적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선주와 계약상 정해진 선박 인도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매달 130억원의 지체 배상금도 발생한다. 공적자금을 통해 회생 중인 대우조선해양으로선 원자잿값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점거 농성으로 피해까지 보게 되는 셈이다. 임직원들 사이에선 최근 다시 살아난 수주로 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불안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행위를 경고하는 현수막이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걸려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
|
아울러 농성 중인 노조원들과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협력업체 대표들도 하나둘씩 회사 문을 닫고 있다. 지금까지 7개 협력업체가 폐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금 30% 인상을 주장하는 노조원들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다 일부 노조원들의 계속된 파업으로 제대로 회사 운영을 하지 못해서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벌인 점거 농성에 최소 10만명의 생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며 “조선 경기가 풀리면서 좀 나아지려나 기대했는데, 이런 분위기를 소수의 파업으로 망쳐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 거듭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