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손태승 회장의 취소소송 항소심을 대리할 로펌 구인난에 빠졌다. 굴지의 로펌들 상당수가 사모펀드와 관련해 금융회사나 임직원들의 법률 대리나 자문에 나서면서 이들과 반대편에서 서서 금감원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로펌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제기한 취소소송 항소심의 법률대리인을 물색 중이다. 법률 대리는 1·2·3심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금감원은 1심을 맡았던 법무법인 충정과 다른 로펌을 고민 중이다. 최근 손태승 회장의 1심 금감원 법률 대리를 담당했던 충정 팀이 모두 법무법인 지평으로 이동했지만, 금감원은 지평을 제외하고 다른 로펌을 검토 중이다.
로펌으로서는 금감원의 법률 대리를 맡아 비싼 수임료를 부르는 금융회사를 적(適)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금감원은 1심에서 중견 로펌 충정을 선임하면서 비용으로 3000만원을 지출했다.
금융권은 소송전 이전 단계인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부터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를 두고 금감원과 다른 입장을 보인다. 제재심 단계에서도 금융회사 임직원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DLF 사태로 금감원 징계 처분과 분쟁 조정절차에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김앤장과 광장, 세종, 율촌 등 대형 로펌 7곳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 중인 ‘금융회사 대 금감원 소송전’에 관계된 로펌 외에도 금감원과 한배를 탈 수 있는 로펌이 더 적은 이유다.
금감원은 이런 측면에서 실무 부서 차원에서는 대외적으로 항소 여부를 결정·발표한 것보다 일찌감치 항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률 분쟁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법률 대리인 간 싸움이라 금감원 역시 실력있는 로펌을 수소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