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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환당국 엔저 사수 총력…실탄 부족이 문제
일본 증시도 폭락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한때 500포인트 넘게 빠졌다. 다만 장 후반 하락폭을 축소하면 전 거래일 대비 366.87포인트 빠진 2만 720.29로 마감했다. 반면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현상이 커지며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금리는 -0.2%까지 떨어지며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일본은 이에 대응할 만한 실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심상찮은 엔화 움직임에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필요한 경우, 추가 금융 완화를 시사했지만 기준금리 수준이 2%인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이미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해 있다.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 기업을 돕는 ‘엔저’는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이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아직 확실한 회복 국면에 들어오지 못한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그 충격은 고스란히 일본경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달러약세 종용+미중무역전쟁 격화 여파
가장 큰 계기는 9월부터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에 대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이 중국은 물론,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은행(Fed) 의장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년 7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험성’ 금리 인하이며 추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에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악재를 던지면서 파월 의장에게 추가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8%까지 떨어지면서 201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이 단순히 미·중 대립이 아닌 “통화냉전·제3라운드”(글로벌투자관리회사 핌코)라고 부르는 이유다.
中도 위안화 약세 방관…달러-위안환율 7위안 돌파
여기에 달러-위안 환율이 11년 만에 7위안을 상향 돌파하는 이른바 ‘포치’ (破七)가 현실화되며 이같은 우려를 부채질했다.
중국은 7위안이 깨진 것이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위안화 약세 방어에 나섰던 중국 외환 당국의 개입노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통한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중국정부가 국유기업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내릴 경우, 상대국의 통화에 따라 가치가 변동되는 환율시장의 특성상 다른 국가 역시 환율 전쟁의 폭풍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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