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달러로 100달러를 환전해줘” 우리은행 모바일앱에서 ‘소리’를 터치한 후 환전해달라고 말했더니 계좌에 100달러가 환전돼 들어왔다. 환율이 갑자기 떨어져 급하게 음성으로 주문했는데 척척 알아서 처리해준다. 비서가 따로 없다.
은행권에 로봇이 자산을 관리해주고 상담까지 해주며 음성 명령만 내리면 이체하고 환전해주는 똑똑한 금융비서가 등장했다. 은행권에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바짝 다가오고 있다.
“지시만 내리세요”…척척 금융거래 해주는 금융 알파고
우리은행은 28일 금융권 최초로 음성명령만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뱅킹인 ‘소리’를 선보였다. 스마트뱅킹에서 ‘소리’ 아이콘을 클릭한 후 “엄마에게 30만원만 보내줘”라고 말하면 이체가 실행된다. 송금을 비롯해 계좌조회, 환전, 공과금 납부거래도 가능하며 생체인증을 이용해 이체정보를 등록하면 보안카드, 인증서 및 통장 비밀번호 입력 없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금융거래뿐 아니라 개인별 맞춤공지, 상품 및 서비스 안내 등 금융비서 역할을 한다 .
우리은행 관계자는 “음성인식 AI뱅킹으로 메뉴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며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더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작년 11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텍스트뱅킹을 선보였다. KEB하나은행의 대표번호로 계좌별칭과 금액을 문자로 보내면 송금이 실행되고, ‘잔액’이라고 보내면 계좌를 조회해 잔액을 보여주는 식이다.
금융업무와 관련한 상담을 로봇이 해주는 챗봇 서비스 시대도 이미 시작됐다. 콜센터 직원이 일일이 상담해주다보니 상담자가 많으면 기다려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챗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원하는 답변을 바로 얻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1월말 NH농협은행이 카카오톡 기반의 금융상담 서비스인 ‘금융봇’을 선보였고 다른 시중 은행도 줄줄이 챗봇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도 작년 11월부터 상담 챗봇 개발을 위한 기술검증사업을 실시했으며 분석 결과에 따라 서비스 범위와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8월 오픈을 목표로 챗봇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IBK기업은행은 협업업체를 선정해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달 3일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상담 데이터가 쌓이면 하반기부터는 챗봇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공지능이 상품 추천하고 신용평가하고
인공지능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은행권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도 인기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 ‘엠폴리오’는 27일까지 15만3000명이 체험했고 이중 2만3000명이 실제 투자했다. 엠폴리오를 통한 신규 판매액은 125억원 수준이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농협은행 등도 현재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로보어드바이저 1차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용평가 모형에서도 인공지능의 활약이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작년 6월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중금리 대출 전용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에 적용했다. 대출, 연체, 카드 정보 같은 신용정보 외에 텍스트, 신용패턴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시스템에 비해 사기 탐지 적중률이 크게 높아져 새로운 형태의 금융사기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공지능이나 챗봇 등 지능형 서비스가 나오면서 고객 분석이나 패턴인식을 통한 부정거래 탐지 등 각종 관리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