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값은 오르는데 수요는 부진..철강·석유화학·가전업계 ‘비상’

포스코, 사장단 소집해 ‘비상경영체제’ 선포
LG화학 2Q 영업익 8785억...전년비 59.0%↓
가전업계도 원자재·물류비 증가 부담에 부진
“대중 무역수지 적자에 북미·유럽 시장 다변화”
  • 등록 2022-08-01 오후 5:43:10

    수정 2022-08-01 오후 9:25:17

[이데일리 박민·이다원 기자]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지난 21일 최정우 회장 주재로 그룹 내 사장단을 소집해 그룹경영회의를 진행하며 이 자리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원자재값 상승, 공급망 위기 등으로 하반기 갈수록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진단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석유화학사들도 고유가로 인해 생산 원가 부담은 커졌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에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모습.(사진=연합뉴스)
14년 만에 4개월 연속 무역 적자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7월 수출액 607억 달러, 수출액 653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많은 ‘무역수지 적자’가 4개월 연속 이어진 것이다.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주요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 때문이다. 반면 수출 증가율은 두 달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등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할 경우 올해 14년 만에 연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수출액 및 수출증감률 추이.(자료=산업통상자원부)
문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 구조를 지닌 우리나라 산업계 입장에서 무역수지 적자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임을 방증한다. 세계 4위 에틸렌 생산국가이자 전체 생산량의 55%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석유화학사들만 놓고 봐도 올해 2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다.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생산 원가 부담은 커졌지만, 제품 수요는 줄면서 가격을 올리지 못해 수익성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실제로 업계 1위 LG화학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2조2399억원, 영업이익 87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단 매출액은 7.0% 늘었고 영업이익은 59.0% 줄었다. 이는 석유화학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3250억원에서 올해 5132억원으로 2배 이상 급감한 영향 때문이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도 모두 실적 부진이 점쳐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납사)를 주원료로 해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 구조에서 원재료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이를 이용해 생산·판매하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수요 부진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고환율 기조만 지속하면 나프타 수입 가격만 더 올라 마진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가전업계 역시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인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원자재·물류비 등 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적자 전환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2년 만에 영업손실 488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방산업 수요가 감소했고, 세트(완제품) 기업들이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패널 주문을 줄인 영향이다.

가전업계 역시 비용이 늘면서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 처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의 경우 원가 부담 상황이 이어지면서 영업익이 감소했다. LG전자 역시 TV를 판매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가 2분기 TV 수요 급락으로 영업손실 189억원을 기록했다. 생활가전제품 부문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건설기계업계도 수요 산업 부진에 해외 수출에 고전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계열사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66억원, 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43%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오른 상황에서 중국시장 내 주요 도시 봉쇄 영향으로 해외 수출 비중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비상경영 제제에 들어갔다. 석유화학업계는 나프타를 대체할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비중을 늘리고 제품군을 다각화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가전업계는 프리미엄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매출 확장을,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성장성 높은 OLED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2분기 실적.(자료=각사)
대중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적자

무엇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무역 적자가 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산업계에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 규모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는 5억7000만 달러 적자로, 3개월 연속 적자가 지속된 것은 199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각종 비용 압박이 거세지면서 매출이 성장했더라도 이익이 줄어들었고, 하반기에도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하며 자재·물류·수급 등 공급망 관리를 통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신흥시장 판매 비중을 늘림으로써 수익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중대형 장비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북미 및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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