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재검토委 출범했지만…첫날부터 삐걱(종합)

핵연료 저장·처분계획 담은 권고안 제출
시민단체·지역주민 갈등 조정 관건될 듯
시민단체 "근본적으로 핵연료 문제 고려"
정부 "충분히 여러 이해관계 수렴할 것"
  • 등록 2019-05-29 오후 5:30:17

    수정 2019-05-29 오후 5:35:46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 관계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출범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발전소별로 저장시설 포화율이 80~90% 넘어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놓고 대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할 위원회가 꾸려졌다. 수십년간 갈등 문제로 미뤄왔던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 물꼬가 트일지 관건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환경단체는 이해당사자가 포함되지 않은 위원회는 ‘무늬만 공론화위원회’에 불과하다고 반발에 나서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해관계자 배제해 중립적 인사로 구성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한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주관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했다고 밝혔다. 사용 후 핵연료란 원전 가동 이후 남은 폐연료봉과 같은 부산물이다.

재검토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해 방안을 다시 마련한다. 위원회는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등 중립적인 인사 15인으로 구성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개월간의 공론화를 거쳐 2016년 7월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부지 선정, 부지 확보 후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건설·실증연구, 영구처분시설 건설 계획과 시기 등을 담았다.

2015년 공론화위 활동을 토대로 짰지만,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반쪽’ 공론화위가 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에 따라 정부가 재검토를 추진하게 된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위원회에 이해관계자들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지역주민, 사업자, 시민단체 등은 제외하고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분야별 중립적인 전문가로 구성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꾸려졌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번 위원회 출범에 앞서 산업부는 재검토 추진방안에 대한 원전지역 및 시민사회계 등의 사전협의를 위해 작년 5월∼11월 ‘재검토준비단’을 운영한 바 있다. 준비단에는 원전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계, 원자력계 등 14명이 참여했다.

고준위 회의 “지역, 이해관계자도 참여해야”

하지만 지역주민,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고준위회의) 등은 재검토위원회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발에 나서고 있다. 고준위회의는 재검토위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배제해야 한다는 제척권을 행사하지도 않았다.

고준위회의는 재검토위원회가 단순히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저장할지 방안을 짜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누적되는 사용후 핵연료를 계속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할지, 비용은 누가 책임져야할지 등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논의의 폭을 더 넓히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출범식을 앞두고 고준위회의는 사무실 입구를 점거하고 시위로 맞불을 놨다. 김용국 영광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이날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에서 시위를 하며 “핵 폐기물 떠안고 사는 지역 주민 무시한 일방적 위원회가 무슨 공론화냐”고 꼬집었다.

반면 정부는 재검토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자리로, 충분히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위원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짜는 것”이라면서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중립적인 인사를 구성해 합리적인 공론화 절차를 마련하고 권고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검토위원회는 공론화 절차를 거친 후 이르면 연내 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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