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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강릉경찰서장을 지낸 장신중 전 총경의 폭로로 알려진 부산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여고생 간 성(性)비위 사건의 이면에는 경찰 조직의 적폐(積弊)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건을 보고 받은 일선 서장(총경)들은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며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경찰청 감찰 업무 간부들은 일선의 허위 보고를 그대로 믿고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알고도 덮고 ‘몰랐다’ 거짓해명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 특별조사단(단장 조종완 경무관)은 12일 브리핑을 갖고 “부산 연제경찰서장과 사하경찰서장은 문제의 SPO들이 사표를 내기 전 사건 보고를 받고도 묵인한 뒤 주무 과장들과 논의해 사건을 덮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부산경찰청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산청 감찰계장과 아동청소년계장은 각각 5월 25일과 5월 26일 연제서 사건을 인지했지만 지휘부에 해당 사실을 보고하거나 진상 확인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하서 사건의 경우에도 문제가 공론화 하기 전 알고 있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감찰계장은 파문이 커진 뒤에도 경찰청에 “의원면직 처리시 성 비위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거짓말로 둘러댔다.
특조단 부산청장 등 17명 징계요구
경찰 조직 최상층인 경찰청 간부들은 ‘성 비위는 사실이나 면직 처분 당시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허위 보고를 토대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누락에 업무 태만이다.
한편 특조단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청장 등 지휘부가 사전에 인지한 정황은 없었다”고 밝혀 ‘셀프 감찰’의 ‘면죄부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더 문제”라며 “지휘관으로서 조직을 어떻게 운영했으면 중요한 사항이 보고가 안 될 수 있느냐. 신속한 보고와 정보 체계가 핵심인 경찰 조직 시스템이 망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