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발목 잡은 117년만의 ‘11월 폭설’…아직 안 끝났다(종합)

일최심 적설 16.5㎝…근대 기상관측 이래 최고
새벽사이 내린 폭설로 출근길 시민들 ‘발 동동’
북쪽 절리저기압, 따뜻한 서해 만나 강한 눈구름
28일까지 중부지방 등 중심으로 폭설 이어질 전망
  • 등록 2024-11-27 오후 4:29:45

    수정 2024-11-27 오후 6:33:13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117년 만의 ‘11월 폭설’이 쏟아졌다. 지난 26일 늦은 밤부터 시작된 눈은 아침까지 이어지면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눈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교통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전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일최심 적설은 16.5㎝를 기록됐다. 이 수치는 하루 중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 적설을 뜻하는 용어로, 눈이 녹아내리기 때문에 도입된 개념이다. 종전 11월 기록(1927년 11월 28일, 12.4㎝)을 갈아치우며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에 11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역대급 폭설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대중교통이 지연운행 되며 큰 불편을 겪었다. 오전 7시 20분쯤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정류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목도리와 귀마개, 무릎까지 오는 패딩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미끄러질까 눈 위를 종종걸음으로 이동했다. 종로 방향으로 가는 직장인 황모(49)씨는 “늦을까 7시부터 나왔지만 버스에 사람이 많아 이미 한 대를 보냈다”며 “이미 도로가 꽉 막힌 거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지하철 2·4호선 사당역도 평소보다 인파가 몰리며 승강장이 혼잡했다. 역사 내에서 시니어승강기안전단으로 일하는 정모(77)씨는 “300명이 한 번에 밀려들어 오는데 다들 기다리지 않고 뛰어오니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성동구 왕십리동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42)씨도 “이 정도로 폭설이 내릴 줄은 몰라서 빨리 걷다보니 넘어졌다”며 허리를 부여잡았다.

교통사고나 정전 등 피해도 속출했다. 서울 삼청동길과 북악산로, 전북 무주와 남원의 도로 일부는 폐쇄됐다. 포항~울릉, 인천~백령을 연결하는 여객선 70개 항로의 선박 89척은 물론 국립공원도 모두 통제됐다. 서울 성북구에서는 나무가 쓰러지며 한 때 20여 가구가 정전됐고, 오후 한때 서울 남태령 지역에서는 버스와 승용차가 눈 덮인 도로 위에서 고립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부지방과 일부 남부내륙에는 대설특보를, 수도권과 일부 강원·충북·전북에는 대설경보를 내렸다. 지역별 적설량으로는 △군포금정 27.9㎝ △서울 관악 27.5㎝ △강원 평창 24.6 △전라 무주 덕유산 19.1㎝ 을 기록하며 쌓인 눈이 20㎝를 웃돌았다.

기상청은 이례적인 11월 폭설이 한반도 북쪽에 있는 영하 40도 이하의 절리저기압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찬 바람이 평년보다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온도 차로 인해 눈구름대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여름 더위로 서해 해수면이 온도가 상승해 눈구름이 더 강하게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오는 28일에도 서해상에서 눈구름대가 다시 들어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중부지방과 전북 동부에는 28일 오전까지 시간당 1~3㎝, 일부 지역은 5㎝의 강하고 무거운 눈이 내리겠다. 이번 눈은 오는 29일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많은 눈으로 인해 차량이 고립될 가능성이 있으니 월동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눈뿐 아니라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하고,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를 참고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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