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수 많으면 불이익"…은행 평가, 무더기 상폐 원인?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 분석
상장 코인 많고 저신용 코인 거래량 많으면 위험점수↑
업비트, 이달만 29개 상폐…프로비트는 145개 상폐도
은행 실명계좌 연장 심사에 무더기 상폐 의혹도
  • 등록 2021-06-28 오후 5:49:07

    수정 2021-06-28 오후 9:00:43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는 시중은행들이 상장 코인 개수가 많을수록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업비트, 빗썸, 코인빗 등 거래소들의 무더기 코인 상장폐지 배경에 ‘실명계좌’ 명줄을 쥔 은행들이 있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AA+…상장 코인 많을수록 점수 낮아져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4월 암호화폐 사업자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거래소들에 대해 고유위험평가, 통제위험평가, 필수요건 점검 등을 거쳐 자금세탁위험 평가 검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고유위험 평가’와 ‘통제위험평가’의 배점이나 평가 방식, 범위 등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당국이 평가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지침을 주지 않은 탓이다.

고유위험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에는 △암호화폐 신용도 △취급하고 있는 코인 수 △고위험 코인 거래량 △거래소 코인별 거래량 △암호화폐 매매 중개 이외 제공 서비스 등을 정량평가 하고 있다. 이는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수가 많을수록, 신용도가 낮은 코인 거래량이 많을수록 위험도가 크다는 얘기다.

코인 종류별로 신용등급을 매겨둔 채점표를 보면, 비트코인의 등급이 AA+로 모든 코인 중에 신용점수는 가장 높고 위험점수는 가장 낮았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이더리움의 등급이 AA로 신용점수가 두 번째로 높았고, 위험점수는 두 번째로 낮았다. 반면, 신용등급이 BBB인 특정 코인은 비트코인보다 신용 점수가 30점가량 낮았다. 이 같은 점수는 암호화폐 공시서비스인 쟁글의 코인 신용평가가 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위험평가 리스트에서는 거래소에서 코인 매매 이외에 가상자산을 활용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을수록 위험이 가중된다고 봤다. 거래소가 소액송금, 예치서비스 등을 운영하면 위험 점수가 ‘고(高)’, 마진거래(대출거래)를 취급하면 위험 점수가 ‘중(中)’으로 매겨지는 식이다.

고유위험평가 체크에는 국가별 고객 수나 업종 고객 수, 고위험 비거주자 고객 수 등도 정량평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국적 고객의 코인거래가 많고 개인 직업에 따라 고위험군이 높을수록 낮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개인 고객의 경우 대부업자나 도박 관련 서비스 종사자들이 많을수록 낮은 점수를 받고, 공무원이나 법조계 인사가 많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국가나 직업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지침에서는 거래소의 평판, 사업구조, 금융거래 사고등록 등에 대해 정성 평가를 하도록 했다. 법인 관련 소송 발생 정도, 부도·회생·영업정지 등 법인 지속에 대한 부정적 사건 발생 여부, 외부해킹 등 법인 보안에 대한 부정적 사건 발생 여부 등을 따지도록 했다.

“은행 가이드라인 공개해 투자자 혼란 줄여야”

최근 업비트나 빗썸 등 대형 거래소들이 코인 정리에 나선 것 역시 이런 평가기준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달 은행들은 거래소 실명계좌제공을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였다.

실제 업비트는 지난 18일 24개 코인을 상장폐지한다고 공지했다. 한 번에 24개 코인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역대 최대 규모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17개 코인 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업비트가 지난 11일 5개 코인에 대해 원화 거래 중단을 한 것을 감안해면 이달 들어 29개 코인을 상장폐지한 셈이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 역시 17일 오로라(AOA)를 포함한 4개 코인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는 중형급 거래소 역시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프로비트는 지난 1일 145개 코인을 원화 시장에서 삭제했다.

거래소들이 코인 상장폐지에 나서면서 피해를 당하는 것은 투자자들이다. 이달 들어 일부 김치코인은 90% 이상 폭락했다. 여기에 각종 ‘상장폐지 예정 코인리스트’나 ‘생존 가능 코인리스트’ 등 정체불명의 소문까지 돌며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코인을 많이 상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한 것도 아닌데다 특정 민간회사의 신용도 평가만으로 코인의 위험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신고기한(9월 24일) 전까지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야 하는 거래소들은 은행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처지”라며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된 코인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공포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두현 의원은 “은행연합회가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어떤 기준으로 코인의 점수가 매겨지는지, 거래소 존폐가 결정되는지 밝혀야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