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의 파격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달러 유동성 공급 부족에 외국인들이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패대기를 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아시아 증시 중에서도 외국인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증시를 중심으로 급락세가 연출되고 있다.
특별한 뉴스가 없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그동안 증시를 떠받쳤던 개인 순매수세도 약해지면서 수급이 꼬였단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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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보다 9.54% 하락한 1439.43까지 급락,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7월 17일(장중 1432.80) 이후 10년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9.54% 하락한 것은 2011년 8월 9일(-9.88%) 낙폭 이후 최악의 하락세다.
이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2시 5분께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했다. 지난주 13일 이후 4거래일만이다. 서킷 브레이커는 현물 시장이 전 거래일보다 8%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될 경우 현물 거래 자체가 20분간 정지되고 그 이후 10분은 호가만 받아 사실상 투자자 입장에선 30분간 거래가 정지된다.
코스피200선물과 코스닥150선물이 각각 5% 이상, 6% 이상(코스닥150현물도 3% 이상 하락 동시 충족)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에선 11시 50분께, 코스닥에선 12시 54분께 발동돼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기도 했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이 급락함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이 1000조원 밑으로 빠졌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1000조원을 밑돈 것은 2011년 10월 7일(996조7280억원, 종가)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시가총액은 160억원 밑으로 줄었다. 2015년 2월 10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이머징 ATM서 자금 인출
특별한 이슈가 없었음에도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 유동성이 좋은 이머징마켓 지수가 떨어진 것은 외국인 순매도 및 자금 인출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인덱스 지수가 2017년 4월 이후 100을 넘어서는 등 달러 유동성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43원 가량 급등세를 보인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깊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63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만 8조4000억원 순매도 흐름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대만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와 대만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일부 순매수하고 있기는 하나 코스닥 시장에서 일부 실망 매도 물량이 나오니 코스피에서도 주춤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수 세력이 제한되면서 수급에 공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 영향에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당시를 고려하면 외국인은 추가도 순매도할 여력이 남아 있다. 금융시장 상황은 금융위기 당시를 뛰어넘는 수준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