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본격적인 EU 탈퇴(브렉시트·Brexit) 협상을 앞두고 영국 핵심 산업과 일자리를 지켜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급할 것 없는 EU가 무역협정 협상 이전에 600억유로(약 73조원)에 이르는 결별 위자료부터 납부하라고 버티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 車업계와 만나 “영국 떠나지 말라” 호소
메이 총리는 이번주중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예정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가지고 있는 유럽 브랜드인 영국 복스홀과 독일 오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푸조가 만약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복스홀의 영국 공장을 지금처럼 유지해달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 대변인을 인용,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푸조가 GM 독일 오펠 공장을 중심으로 유럽사업을 재편하면서 수익이 저조한 복스홀 영국공장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할 것에 대한 우려가 나왔었다.
지난주에는 그레그 클라크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 푸조측과 만나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기업 친화적인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어떤식으로 푸조의 사업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메이 총리는 작년 10월 영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닛산자동차 경영진을 만나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 생산공장 운영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앞서 닛산은 브렉시트에 대비해 영국 공장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면서 7000여명의 현지 인력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었다.
자국 핵심산업 노리는 M&A 막겠다며 개입
메이 총리는 영국을 대표하는 소비재업체인 유니레버에 눈독을 들이는 미국 거대 식품업체인 크래프트하인즈의 시도에도 적극 개입했다. 미국 갑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브라질 사모펀드인 3G캐피털이 소유한 크래프트는 유니레버를 인수하기 위해 1430억달러(원화 약 164조4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했지만 유니레버는 “인수금액이 회사가치를 너무 저평가했다”며 이를 곧바로 거절했다.
실제 영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외국기업들의 영국기업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메이 총리는 크래프트가 지난 2010년 영국 초콜릿업체 캐드버리를 인수하면서 영국에 공장을 남겨두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을 언급하면서 영국 핵심산업을 노리는 해외업체들의 M&A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번에도 메이 총리가 영국 관료들에게 “크래프트의 유니레버 인수 제안을 면밀히 들여다 보라”고 지시했다는 전언이 외신들을 통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EU는 이날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관건중 하나인 무역협정 협상 개시요건으로 영국에 600억유로에 이르면 결별 위자료를 먼저 청구하는 강경노선을 택하면서 영국으로서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영국과 EU간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이 늦어질 경우 해외 기업들은 단일시장 접근권을 보장받을 수 없게 돼 영국에서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