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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남성이 보낸 편지에는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27년 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서 통에서 돈을 빼갔습니다. 약 3만 원 정도로 기억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며칠 뒤 또 돈을 훔치러 갔는데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습니다”며 “그날 아무 일도 없이 집으로 왔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이의 탄생을 알린 남성은 “아기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그날 스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27년 전 소년의 어깨를 따뜻하게 잡아준 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역임한 후 지금은 자장암에 기거하는 현문 스님으로 알려졌다.
현문 스님은 “그때 그 소년이 불전함에 손을 댄 것을 보고 어깨를 다독였다. 그 인연이 소년에게 삶의 이정표가 돼 성찰의 기회로 작용한 것 같다”며 “곧 태어날 아이도 축복 속에 태어날 것”이라는 축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