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회의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한 데 이어 행안부 장관까지 “하나회 쿠데타”라고 언급,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의 발언들이 더해져, 되려 안팎에서 사태를 키우고 있어 논란은 장기전이 될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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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25일 서면 정례기자간담회를 통해 총경 회의 주도자와 현장 참석자에 대해 “복무규정 위반으로 감찰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후속 조처로 조직 기강을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이번 총경급 회의와 관련해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서한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임 자제를 사전에 요청했다”며 “또 회의 중에도 회의를 주도하는 류삼영 총경에게 ‘즉시 모임을 중지할 것과 참석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단체 입장문을 내지 말 것과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는 지시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기발령 징계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자는 “복무규정 위반으로 판단, 한 지역의 치안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찰서장으로서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대기발령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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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에서는 특정 주제로 일선 경찰관들의 지휘관인 총경급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것은 경찰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 엄중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라는 입장이다. 또 회의는 휴일에 다들 휴가를 내고 모였는데 인사권을 빌미로 강경 대응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윤 후보자는 지난 21일 전국경찰직장연합회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내부 수습에 한창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 한 관계자는 “지휘부는 애초 이번 회의가 공식적인 단체 자리가 아니라 일부 인원이 모여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로 여겼고, 논의 결과를 전달하면 함께 검토할 의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윤 후보자는 지난 22일 류 총경에게 회의 후 25일 오찬 자리에서 회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총경급 회의를 ‘집단행동’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청 측 설명이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회의 당일 대규모 참여 인원에 화상 회의, 무궁화 화분까지 단체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됐다”며 “또 서장인 총경급 경찰관이 정복을 입고 언론에 나서서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인 점, 단체행동은 고발되면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선제로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자도 “경찰의 이러한 모습이 지속해 집단반발로 비치는 등 국민 우려를 야기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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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의 이러한 인사조치와 해명은 되려 역풍이 된 모습이다.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지휘부의 강경 대응을 향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과 류 총경을 응원하는 글로 도배됐다. 한 경찰은 “전국 총경 회의를 주최하라고 등 떠밀고 뒤에서 조정한 세력은 저를 포함해 13만 경찰관이었다”며 “내가 류삼영이다, 류삼영 총경님 힘내라. 우리가 있다”고 썼다.
전날 경찰대 출신인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제팀장(경감)은 지난 23일 전국서장회의에 이어 오는 30일 역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경위를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제안했다. 이에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이날 “지구대장, 파출소장도 동참하는 게 같은 ‘동료’의 의리가 아닐까 싶다”며 “많은 참석 또는 응원 부탁한다”고 글을 올려 참여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