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영정(61) 재단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예술인 복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예술활동증명’은 재단의 주요 지원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증명해주는 제도다.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은 2019년 6만 8564명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9만 8582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12만 954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예술계가 그만큼 힘든 상황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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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200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문화예술 정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2006년 ‘예술인 정책 체계화 방향에 대하여’라는 보고서를 통해 직업인으로서 예술인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예술인복지법’ 제정 과정에서도 예술인의 정의와 용어 개념 확립 등에 참여해 재단 대표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재단은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예술인의 복지와 권익 보호를 위한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올해는 ‘예술인복지법’ 시행 및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는 해로 의미가 크다. 박 대표는 지난 10년을 “예술인 복지 정책의 주춧돌을 마련한 시기”라고 정의했다. ‘예술인복지법’ 제정 당시 주요 이슈였던 예술인 금고(예술인 생활안정자금)와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이 10년에 걸쳐 마침내 마련됐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재단의 사업은 곧 한국의 예술인 복지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며 “10년 전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예술인 지원책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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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단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고충이다. 코로나19로 예술인 지원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재단의 총 예산은 2013년 135억원에서 올해 1018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예산 대비 운영비는 13억원에서 36억원으로 3배도 늘어나지 못했다.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은 10만명이 넘지만, 이들을 응대하기 위한 재단 직원도 43명에 불과하다.
박 대표는 “올해 소폭 늘어난 운영비로 민원 및 업무 공간을 확대했지만, 현재 규모로는 재단의 사업을 직원들 모두가 책임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함께 재단 직원들을 잘 챙겨가는 것이 임기 동안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