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혈장치료제 조건부 허가 ‘불발’…국산 2호 탄생 요원(종합)

초기 임상 2상서 치료 효과 입증 못해
이상반응 17.7%…“안전성 결론 어려워”
GC녹십자 “품목허가에 급급하지 않겠다”
  • 등록 2021-05-11 오후 7:15:44

    수정 2021-05-11 오후 7:16:56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GC녹십자(006280)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조건부 허가 획득에 실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 자문단은 녹십자가 초기 임상 2상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고, 다음 심사단계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심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산 2호 코로나19 치료제 탄생은 다시 미뤄졌다.

식약처는 녹십자의 ‘지코비딕주(항코비드19사람면역글로불린)’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11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하 검증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녹십자 오창공장.(사진=녹십자)
녹십자가 제출한 임상시험자료는 국내에서 수행된 초기 2상(2a상) 임상시험 1건이다. 12개 임상시험기관에서 환자 63명에게 공개·무작위배정 방식으로 위약(생리식염수)을 투여하는 환자군(대조군, 17명)과 시험약 3개 용량을 투여하는 환자군(시험군, 2500㎎ 15명, 5,000㎎ 15명, 1만㎎ 16명)으로 나누어 임상시험을 수행한 내용이다.

검증 자문단은 회의 결과 녹십자의 초기 2상 임상시험결과는 입증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봤다. 검증 자문단은 “초기 2상 임상시험은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11개의 탐색적 유효성 평가지표(임상 증상 개선, 사망률, 산소치료일수, 입원일, 바이러스 음전 등)를 사용해 평가했다”면서 “11개 탐색적 유효성 평가지표에서 시험군과 대조군의 효과 차이는 전반적으로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험대상자 수가 적고 환자가 고르게 배정되지 않는 등 임상시험 디자인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검증 자문단은 “시험대상자 수가 적은 데다 대조군·시험군 환자가 고르게 배정되지 못했다”면서 “공개시험(환자에게 투여되는 약이 시험약인지 대조약인지 임상시험연구자와 환자가 아는 시험)에 기존 코로나19 치료제를 활용한 표준치료(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의 효과를 배제할 수 없는 등의 한계가 있어 이 약을 3상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허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상반응은 전체 시험군 중 21명(45.65%), 대조군 3명(17.65%)에서 발생했다. 검증 자문단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증이었으나 시험군에서만 사망이 3건, 주입관련 이상반응 2건이 발생했다”면서 “사망 2건은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없었고 1건은 약물과의 관련성 평가 불가능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우며 후속 임상 시 이상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코비딕주와 같은 면역글로불린 제품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인 혈전, 신부전증 및 신기능장애 등은 시험군과 대조군 모두에서 보고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전문가 자문절차 중 다음 단계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진행하지 않고 GC녹십자가 추후 지코비딕주의 후속 임상시험을 충실히 설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GC녹십자는 입장문을 내고 “지코비딕의 임상 자료는 일반적인 의약품 개발 기준으로 볼 때 확증적 결과로 분류하기에 제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특정 환자군(입원 2일 이내 조기 투여군, D-dimer 비정상군 등)에서 지코비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의한 지표를 확보한 점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 가능성을 확인한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품목허가를 통해 약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팬데믹 위급 상황에서 유효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또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고 이 약물이 의료현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건 위급상황에서 제약기업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후속 임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GC녹십자는 “향후 계획은 보건당국과 긴밀하게 논의하여 투명하게 그 결과를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GC녹십자가 검증 자문단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2호’는 재차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지난 2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조건부 허가를 받은 이후 3월 종근당은 나파벨탄, 5월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로 2호에 도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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