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의 은밀한 뒷거래…"반독점 조사시 함께 싸우자"

WSJ, 구글·페이스북 반독점 소송 문건 입수
작전명 '제다이 블루'…광고시장서 담합 합의
정부 조사시엔 "서로 알리자"…대처 방안까지 준비
구글·페이스북 "흔한 관행…적법한 합의" 항변
  • 등록 2020-12-23 오후 4:11:58

    수정 2020-12-23 오후 4:11:58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왼쪽). 구글과 광고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기로 한 합의에 대해 “전략적인 빅 딜”이라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구글과 페이스북이 광고 시장에서 경쟁을 피하자고 약속한 뒤,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되면 서로에게 알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을 피하기 위한 ‘짬짜미식’ 담합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까지 내다보고 사전에 통보키로 하는 등 대처 방안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등 10개 미 주정부가 지난주 구글에 대해 제기한 반독점 소송 관련 서류 초안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SJ은 “문건 초안에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전사 집단의 이름을 딴 ‘제다이 블루’라는 코드네임이 적혀 있었다”며 “이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구글과 페이스북은 모바일 앱 광고 시장에서 경쟁을 피하자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도 적시됐다. 계약 4년 차부터 페이스북은 매년 최소 5억달러(약 5500억원)를 구글 온라인 광고 경매에 지출하고, 구글은 페이스북에 일정 비율 이상을 낙찰받도록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다.

페이스북이 이 같은 거래를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정황도 문건 곳곳에서 드러났다. 페이스북 내부 문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이 계약이 구글과 직접 경쟁할 때 예상되는 지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는 평가를 했다.

페이스북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다른 임원들에게 “전략적인 빅 딜”이라고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경쟁을 피하기로 합의하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돕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사진=AFP)
WSJ은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러한 합의가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의를 했으며, 심지어 대처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문건에 따르면 양사는 계약서에 반독점법에 대한 협조 문서를 명시했는데, 만약 정부 조사를 받게 되면 상대 회사에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알린다는 내용이다.

페이스북은 이 합의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광고 경매에 지출하는 것은 광고주나 출판사 등에 이득일 뿐 아니라 선택권도 늘린다는 주장이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이러한 합의가 “경쟁을 해치거나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구글 측도 반독점법 관련 조사를 대비한 기업들의 합의는 흔한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협약은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 아니며, 페이스북을 특별 대우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인터넷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점유율 1·2위를 차지한다. 구글(29%)과 페이스북(23%)의 점유율을 합하면 50%를 넘어 사실상 두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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