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80원 밑으로 폭락했다. 1070원 중반대에서 마감하며 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北 리스크에도 원화 초강세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084.4원) 대비 7.6원 급락한(원화가치 상승) 107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5년 4월30일(1072.4원) 이후 2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장중에는 1075.5원까지 하락했다. 이 역시 2015년 4월30일(1068.0원) 이후 가장 낮다.
최근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100원, 1090원, 1080원이 최근 연이어 깨지고 있다. 말그대로 원화 초강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099.6원까지 하락하며 1100원의 벽을 깼고, 4거래일 뒤인 22일(장중 1088.6원)에는 1090원 벽을, 그로부터 5거래일 뒤인 29일(장중 1079.2원)에는 1080원 벽을 차례로 깼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북한 리스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미사일 여파가 미미한 수준이어서 환율 상승에 베팅(롱 포지션)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오히려 베팅을 철회했다(롱 스톱)”고 말했다.
대신 원·달러 환율 하락 베팅 물량(숏 포지션)이 대거 유입됐다. 이 딜러는 “역외에서 숏(달러화 매도) 물량이 세게 들어왔다”며 “이날 북한의 도발 수준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오후 12시30분께 북한의 ‘중대 발표’도 속 빈 강정 수준이어서 환율 하락세가 더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날 사드 리스크가 완화한 이후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이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기류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드 이슈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며 “이 때문에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1060원대 급락 가능성”
그렇다면 원화 초강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연말까지 1060원 초반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060원 초반대 하락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당국 경계감이 약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환율 하락은 너무도 쉽다”고 말했다.
이날 예상 밖 폭락에 오는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경계감도 시장에 일부 사라졌다. 시중의 한 선물사 외환브로커는 “기준금리 인상이 원화 강세 요인은 분명하지만 이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금통위 경계감이 오히려 미미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합산 89억7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장 마감께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966.17원에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11.45엔,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1858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