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당사자는 ‘남녀’라는 전제로 법을 해석하고 있는 일본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진일보한 사법 판단이 잇따른 것이다. 다만 동성결혼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되, 그 책임을 입법부에 맡기겠다는 입장은 유지해 배상까지 인정하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향후 동성결혼과 관련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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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고등재판소는 이날 동성 커플 등 7명이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등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만엔(약 9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항소심에서 민법 등의 해당 규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 24조 2항에 규정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입각한 입법’ 및 헌법 14조의 ‘법 앞의 평등’에 위반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삿포로고등재판소도 지난 3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며 동성 결혼 제도를 도입해도 불이익이나 폐해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은 ‘양성(兩性)의 합의’에만 기초해 이성 간의 결혼에만 해당하며 “국회의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번 도쿄고등법원 판결까지 동성혼과 관련한 일련의 소송에서 지방법원 6건, 고등법원 1건 등 총 7건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 가운데 ‘합헌’ 1건, ‘위헌’ 3건, ‘위헌 상태’ 3건으로, 위헌 여부와 그 근거 조항에 대한 판단이 갈리고 있다.
일본 현행법에서는 동성 커플이 법적 혼인 관계로 인정받지 못해 파트너의 법정 상속인이 될 수 없거나 세제상의 혜택과 유족 연금을 받지 못하는 등 법적 불이익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성소수자 커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