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가 사전청약을 통해 10만1000가구를 조기 공급하기로 했다. 매수심리 진정을 위해 기존 공공택지 내 공공시행사업에만 적용되던 사전청약 제도를 민간시행사업과 2·4대책 공공사업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입주 가능한 실질적인 물량을 늘리는 대신 입주 시점 등이 불확실한 주택 청약 일정만 앞당겨 ‘조삼모사’, ‘희망고문’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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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25일 공공택지 내 민간시행사업과 2·4대책 사업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으로 사전청약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10만1000가구를 추가공급한다는 목표다.
앞서 사전청약을 예고한 6만2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과 합치면 총 물량은 16만3000가구로, 이중 13만3000가구는 수도권에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앞으로 민간에 매각하는 공공택지는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공급한다. 이미 토지를 매입한 건설사는 사전청약에 동참할 경우 공공택지 우선권, 가점 등을 부여한다. 추후 당첨자 이탈로 미분양이 발생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이 최대 70%가량을 매입하는 길도 열어둔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 2·4대책 공공사업은 사전청약을 확대해 지구지정 후 분양까지 기간을 1년가량 추가 단축한다. 이 사업들은 패스트트랙 적용으로 이미 기간이 2.5년으로 단축된 상태여서 민간 정비사업과 비교하면 공급까지의 시차가 10년 이상 단축된 셈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택 공급 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되면서 매수심리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두고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사전청약 물량을 아무리 늘려봤자 입주는 빨라도 2026년, 늦으면 2030년이 넘어간다”며 “과수요를 조절할 근본적인 문제는 손도 대지 못한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사전청약이 희망고문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사전청약 이후 토지보상 절차가 늦어지면서 당첨 후 10년이 지나서야 입주하기도 했다. 나아가 2·4대책 사업의 경우 공급 자체가 불투명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서울 노원구 태릉CC와 과천정부청사 부지 개발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태릉CC에선 공급 예정 주택을 줄이는 대신 노원구 내 별도 사업을 통해 공급 수준을 총 1만가구 규모로 맞춘다. 과천정부청사 부지의 경우 인근 과천지구 자족용지 전환과 갈현동 일대 신규택지 조성 등을 통해 총 4300가구를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