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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법정에서 피신조서 내용에 동의할 때만 이를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자백을 받기 위한 무리한 수사 등을 막고 모든 증거를 법정에서 드러나게 함으로써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각각 수사 중인 검찰과 공수처 입장에서는 수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증거 능력 약화에 대한 부담감까지 더해져 기소 여부를 되도록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 모두 현재 수사 진행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말까지 ‘대장동 4인방’을 모두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후 배임 의혹 윗선 수사와 정관계 로비 의혹에 속도를 냈지만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혐의가 가장 구체적이었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일 기각된 데 이어 윗선 배임 의혹의 연결 고리로 여겨지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10일 사망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사망 이후에도 성남시 실무자 등을 잇따라 조사하며 근근이 수사를 이어 가고 있지만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양 수사 기관 모두 단기간에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할 특별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피신조서 증거 능력 약화라는 부담감까지 더해지자, 기소 여부를 기왕이면 연내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과 공수처는 피신조서 증거 능력 약화라는 새 변수를 신경쓸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두 수사 기관 모두 새로운 증거 확보에 애를 먹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사건관계인의 진술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소를 서두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장동 의혹의 경우 이미 사망한 유 전 본부장의 피신조서 증거 능력은 유효한 만큼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유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등 늦더라도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대장동 배임 의혹의 주체 중 한 명이지만 아직 기소하지 않은 정민용 변호사를 연결 고리로 윗선 관여 여부를 계속 파악해 나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압수수색을 통해 유 전 본부장이 남긴 휴대폰과 유서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변사 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나 지난 2019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때도, 검찰이 소환 직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경찰로부터 압수수색한 전례도 있다”며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휴대폰과 유서가 윗선 개입 여부를 확인할 직접 증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검찰이 이미 유 전 본부장 생전에 세 차례나 그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모두 기각한 상황에서 그의 유족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라는 부담을 추가로 떠안으면서까지 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