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016년 전국 국립검역소 5곳과 국립중앙의료원 간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지금까지 사용 실적이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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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질병관리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축 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총 8억9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원격의료시스템을 단 1건도 실시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역소 원격진료시스템은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ICT기반 공공서비스 촉진 사업`의 일환으로 입국 검역단계에서 감염병 의심환자 발생 시 지역사회의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격리자를 대상으로 국립중앙의료원과 연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2016년 6억 5755만원을 들여 시스템 구축 완료 이후 지금까지 총 8억9000만원이 원격진료시스템에 들어갔다.
해마다 수천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원인은 의료인력 부족 때문이었다.
원격의료는 의료법 제34조에 따라 `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만 해당)만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의료인과 의료인 간에 이뤄져야 하지만 여수와 군산 검역소의 경우 최근 3년간 의료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환자가 발생해 검역소 격리시설에서 원격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질병관리청의 `국립검역소 원격진료시스템 시범 사업을 위한 운영 메뉴얼 개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격리자 관리는 24시간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3교대 근무가 필요하며 근무 건당 최소 2인의 의료인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모든 검역소에서 전담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검역소 내 격리시설은 의료법 상의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처방전 발행이 불가해 현지 의료기관을 통해 우회해서 처방전을 발행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검역소의 코로나19 격리환자가 6032명이나 발생한 올해도 원격진료시스템의 실제 사용 건수는 0건에 그쳐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상황에서도 원격진료시스템은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최 의원은 “시스템 운영을 위한 의료인력이 없어 사용하지도 않는 시스템에 해마다 수천만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감염병 환자가 언제든 검역소의 격리시설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인력을 추가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은 국민들의 소중한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국가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격리 상황에서 국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