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듣고 있나?…외교부 "ARF서 北대화 복구" 촉구

北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지만
코로나19로 화상회의 진행…北참석여부는 불투명
韓외교부, 사전 외교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공감대 형성
남중국해 문제 놓고 미·중 격전도 예고
  • 등록 2020-09-07 오후 5:09:55

    수정 2020-09-07 오후 5:09:55

2016년 7월 26일 리용호(오른쪽) 북한 외무상이 브루나이 외무장관과 그룹사진을 찍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연합(ASEAN) 국가들이 모이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오는 9일부터 나흘간 화상으로 열린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고 북한의 대화 복구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ARF 성명에 “평화적 대화 재개” 촉구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평가받는 것과 남북미 정상 간 기존 합의들이 이행돼야 한다는 아세안 차원의 촉구, 북한의 대화 복귀가 긴요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교부는 오는 1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목표로 사전에 참여국들과 접촉을 확대,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지난주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잇따라 전화회동을 하고, 일본 측 북핵 수석 대표인 타키자키 시게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도 유선 협의를 했다.

이날은 최건 외교부 차관보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ARF에 참여할 예정인 뉴질랜드의 앨리슨 만 외교통상부 아세안 고위관리회의 대표와 화상협의를 갖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뉴질랜드 측의 지속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우리나라가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ARF가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 대표의 참석과 발언 여부가 항상 주목받아왔다.

전임 리용호 외무상은 2016~2018년 ARF에 잇따라 참석했으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지난해 태국회의에는 불참하고 대신 김재봉 주태국 북한 대사가 참석했다.

현재 외무상은 리선권이다. 아직 주최국인 베트남에는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ARF 고위관리회의(SOM)에는 리호준 주베트남 북한 대사대리가 대신 참석했지만 별도 발언은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예전에는 북한 외무상의 참여를 계기로 남북 간 접촉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화상회의인 만큼 그런 차원의 진전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아세안이 북한과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지역이기도 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아세안이 어떤 평가를 하는지 북한이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채택 문안 등에 대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ARF 성명 초안에는 북한의 정세를 언급하는 한편, 북·미, 남·북 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은 것을 염두에 두고 모든 당사자에게 “평화적인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날로 높아지는 남중국해 긴장…외교적 해법 도출될까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회의는 한반도 문제 외에도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중국과 인도차이나 반도, 말레이 반도, 필리핀, 브루나이섬으로 둘러싸인 남중국해는 전 세계 물동량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을 거쳐 갈 정도로 군사적·경제적 요충지다.

그동안 남중국해 주변국은 각각 섬과 암초 등을 실효 지배하며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해왔는데 최근 중국이 인공구조물을 잇달아 건설하고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의 선(구단선)을 긋고 그 안쪽을 자국 영해로 주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이 약한 아세안 국가의 흑기사로 나선 것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주장은 ‘위법’이라며 해당 인공구조물을 건설한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해 제재에 나섰다. 미국이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동맹국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 지역을 중국에 빼앗긴다는 것은 동아시아 해양패권을 넘겨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지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중국은 중거리 미사일 4발을 남중국해를 향해 발사했다. 특히 이 중 DF-26B는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 내에 두고 있어 ‘괌 킬러’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무기다. “남중국해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는 미국을 향한 명백한 경고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날로 고조되는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외교적 해법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공식적인 일정 발표 이틀 전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중국에서는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국가들도 각각 입장이 달라 치열한 세력 다툼이 예상된다.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하는 말레이시아는 7월 말 중국의 주장에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며 양제츠 외교국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말레이시아 방문을 중단했다.

반면 중국과의 무역비중이 크거나 거액의 융자를 받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의 국가들은 대중 비난을 자제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역시 중국과 영유권을 놓고 껄끄러운 입장이지만, 친중노선을 걸어온 로드리고 로아 두테르타 대통령은 중국과의 각을 세우는 것에는 소극적인 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ARF 성명 초안에는 남중국해 군사거점화를 진행하는 중국을 겨냥해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훼손할 매립이나 활동으로 발생한 우려에 유의한다’는 표현이 담겼다”고 전했다. 또 “상황을 더욱 복잡화하게 하는 행동을 회피하고 힘이나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 역시 담겼다고 한다. 지난해는 군사력 행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초안에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하더라도 12일 열릴 ARF에서 이 성명이 채택될 지는 미지수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만큼 미·중이 회의 의제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한국은 기존 입장대로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와 평화 등을 중시하는 발언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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