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가 베링거인겔하임에 이전했던 특발성폐섬유증 신약후보 물질(BBT-877)의 반환 여부가 올해 12월에 결정된다. 특발성폐섬유증이란 원인 불명으로 폐가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이 물질은 계약금과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등을 합쳐 총 1조 5000억원대로 이전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 바이오벤처 기술수출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7월 이 물질을 가져가면서 1년 이내에 임상2상에 착수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임상2상을 위한 추가 독성 시험이 필요하다며 임상2상 진입을 보류했다. 대신 유전자변형 실험동물(설치류)을 활용한 추가독성 시험을 시행키로 했다. 이후 12월 나올 이 결과에 따라 BBT-877의 개발 지속이나 반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독성시험 결과가 좋아 개발이 진행되면 임상2상은 2023년 상반기에 개시한다.
추가 독성시험은 보수적 관점으로 신약개발에 나서는 베링거인겔하임 요구에 따른 것이다. 신약후보 물질을 수출하면 지역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개발과 상업화 권리는 수입해간 회사로 넘어간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추가 독성)임상 시험 필요성에 대해서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베링거인겔하임 개발권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기술수출을 많이 한 한미약품도 지금까지 11건 기술수출에 성공했지만, 이중 총 7건(물질기준, 사노피 당뇨 신약 반환 통보 포함)을 돌려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성분 뒤바뀜’ 논란이 제기된 후 인보사를 이전해간 일본 미츠비시타나베 제약과 계약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예 2018년 미국 먼디파마와 체결한 계약은 해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수출 과정에 포함된 위험성에 주의하면서도 진행과정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 출신의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는 “브릿지바이오는 추가 독성 실험으로 리스크가 조금 높아졌지만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회사가 진행 상황을 투명하고 빠르게 공개해 적극적으로 시장과 의사소통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약품도 미국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퇴짜’ 맞은 신약후보 물질을 또 다른 미국 제약사 MSD에 1조원 규모로 재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물질 ‘레이저티닙’도 얀센에 1조 5000억원대로 이전되기 전 중국 제약사 뤄신과의 계약이 한차례 해지된 바 있다. 레이저티닙은 얀센에 이전될 때 뤄신 계약 규모의 10배 규모로 재평가됐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베링거인겔하임의 BBT-887 개발 의지는 공고하다”며 “BBT-887의 가치 제고와 개발 성과 달성을 위해 포기 없이 신속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링거일겐하임은 폐섬유증 약 ‘오페브’ 특허가 2024년 만료돼 오페브를 대체할 신약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브릿지바이오는 만약 베링거인겔하임에서 BBT-877을 반환할 경우 내년 상반기 내 FDA와 협의에 나서 자체적으로 임상 2상을 빠르게 개시하고 동시에 신규 기술이전을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