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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17일 서울 마곡연구개발(R&D)단지 E13동 앞. 유콘시스템의 드론 ‘리모엠 001’가 빗속을 뚫고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두 잔을 전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혁신성장 정책을 되돌아보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부가 이날 연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다.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했으나 ‘반성’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11월 같은 곳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회의’ 때 나왔던 얘기가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관계부처 장관과 대·중소기업 기업인이 참석해 좀 더 속도를 내자고 다짐했다. 또 혁신 주체인 기업의 기(氣)를 살리겠다는 약속도 했다. 혁신성장은 현 정부가 천명한 일자리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경제정책의 4대 축이다. 지난 1년 성과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가장 박한 평가를 받았다.
文 “신설법인 첫 月1만개 성과 냈지만… 체감 성과는 부족”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 최대 성과로 창업 환경 개선을 꼽았다. 올 1월 신설법인 수가 1만개를 넘어서고 지난해 벤처투자액(6348억원)이 1년 전보다 57% 증가했다는 것이다. 적자이던 IT회사 카페24(042000)가 테슬라 요건 1호로 상장하는 등 코스닥 시장도 역대 정부 1년 중 가장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자화자찬은 잠시뿐 곧이어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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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역시 “성과 보여주기보다는 반성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며 “혁신성장을 비롯한 정책의 결과물은 일자리여야 하는데 최근 고용 상황이 심각한 만큼 더 고민하고 반성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고용상황은 국제 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2010년 초 이후 가장 나쁘다. 올 2~4월 취업자 수 증가는 3개월 연속 10만명대 초반으로 2010년 2월 이후 가장 나쁜 상황이다. 창업은 늘었으나 조선·해운업이나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부진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대로면 정부가 올해 목표했던 취업자 수 증가 32만명은 커녕 20만명에도 못 미치리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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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꽃 피우는 건 결국 기업…氣 살리고자 더 노력할 것”
김 부총리는 이날 행사에 앞서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을 피하고 민간이 제기한 아이디어를 해결해주는 상향식으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 신-구산업 이해 상충 문제 해결 때처럼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정부가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민간 부문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한 ‘혁신성장 옴부즈만’의 의견을 반영해 수도권 드론 비행시험장 같은 48개 우선 과제를 내년 초까지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전기차 폐 배터리 재활용 관련 규정, 핀테크 기업 성장을 위한 제도 현실화도 이르면 올 4분기 중 마무리한다.
노동시장 안정성을 전제로 한 유연성 확보도 약속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부터 실업급여나 전직 훈련을 강화하는 등 고용 안정성을 확충하는데 신경 쓰고 있다”며 “고용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확보한다면 (고용) 신축성 문제도 사회적으로 대타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더 많은 혁신 벤처기업 제품 수요를 발굴해 혁신 성장을 촉진하겠다”며 “기업도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믿고 기술 개발과 투자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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