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공개매수 공방전이 끝난 뒤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39.38%로 높인 MBK파트너스·영풍이 추가 매집을 통해 승기 잡기에 나선다. 고려아연 지분 약 7.5%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어느 한 쪽의 편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경우 의결권 과반 확보를 노린다는 계획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주식 수가 많지 않아 큰 폭의 지분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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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추가 매집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 매집했을 때처럼 증권사에 증거금을 전액 예치하는 ‘자유재량 매매(CD· Careful Discretion)’ 방식이 유력하다. CD는 투자자의 매매 주문을 받은 증권사가 제한된 가격대에서 소량을 꾸준히 매매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주식 수의 약 10% 수준을 사들일 수 있는 것으로 사실상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MBK·영풍은 지분 매집을 통해 최대한 의결권 과반 확보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MBK·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율 39.38%를 보유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율 33.85%보다 약 6%포인트(p) 앞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최근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 부부가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지며 양측 지분 격차가 소폭이지만 더 벌어졌다.
현재 양측 모두 지분율 과반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총 표 대결 의결권 과반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특히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MBK·영풍의 의결권 지분율은 45.4%로 계산된다.
만약 7.5%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의결권 ‘중립’을 행사할 경우에는 의결권 과반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중립이란 보유한 의결권을 나머지 주주의 찬반 비율에 맞춰 나눠서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MBK·영풍과 최 회장 측에 절반씩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한다면 MBK·영풍의 의결권 지분율은 49%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사이언스와 관련해 중립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성향을 고려하면 이번 고려아연 표 대결에서도 중립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고려아연 표 대결은 이르면 연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은 27일 오후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다. 법원이 영풍 측 손을 들어주면 약 2주간 임시 주총 소집 절차가 진행된다. 법원 판결이 심문 종료 후 1~2주 후에 나는 것을 감안하면 내달 말이나 내년 초에 임시주총이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