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예산 부담에…정부·업계, '개고기 금지' 지원 놓고 갈등

농식품부, 폐업·전업 지원 방안 마련 착수
업계, 마리당 200만원 보상서 80만원으로 절충안 제시
유예기간 10년으로 연장 및 사각지대 해소 조건
정부 "보상 아닌 지원…합리적 방안 마련할 것"
업계선 재산권 침해 이유로 헌법 소원 청구도
  • 등록 2024-01-11 오후 5:01:46

    수정 2024-01-11 오후 7:27:30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후 정부가 관련 업계 지원 방안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재원이다. 개 식용 업계의 폐업 손실 보상액은 최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합리적 수준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육견업계는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헌법 소원까지 청구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육견협회 등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개식용금지법 추진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국회에서 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됨에 따라 폐업·전업 지원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특별법에 따라서 조만간 실태 조사를 한 뒤 적절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개 식용 업계와도 논의를 하기 위해 만남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개 식용 금지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 및 도살하거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최대 3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법안은 3년 간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 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에 따르면 관련 종사자들은 6개월 이내에 이행계획서를 내야 하고, 정부는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자에 대해 폐업·전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개 식용 업계는 최근 정부에 개 한 마리 당 2년 치 수익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폐업을 두 단계로 나눠 희망 폐업자를 받아서 우선적으로 2년 치 수익을 보상해 주고, 나머지는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점에 세무 신고를 바탕으로 수익을 다시 산정해 2년 치를 보상해 달라는 내용이다. 다만 법 시행 유예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현재 사업자 등록을 안해 사각지대에 놓인 상인이나 농가에 대해서도 모두 지원을 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회장은 “이미 오랫동안 개 식용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3년 만에 폐업·전업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정부에서도 세금으로 지원을 해야하니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 등록을 안한 사업장까지 파악해 유예기간 동안 세금을 충분히 환수하면 그만큼 재정 지원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개 식용 업계에서 개 한 마리 당 5년 치 수익인 200만원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개 식용 위원회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2월 기준 전국 1100여 개농장에 약 52만 마리가 사육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육견협회는 약 200만 마리로 추산을 했다. 개 농장 보상액만 1~4조원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기준 농식품부 예산(18조 3392억원)의 5~20% 수준인 셈이다. 도축업자·유통업자·음식점 등에 대한 보상까지 추가되면 보상액 규모는 더욱 불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업계가 주장하는 보상이 아닌 지원을 하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보상은 합법적 행위에 대해 재산상 손실을 입었을 때 이를 갚아주는 것이지만, 지원은 정부가 예산의 범위에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의미가 다르다. 특별법 법안에서도 당초 들어있던 ‘정당한 보상’이라는 문구가 빠지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만 들어 있다.

육견협회는 정부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 주지 않을 경우 헌법 소원 제소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회장은 “헌법에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이 명시돼 있고,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돼 있다”며 “이것을 침해한 것이니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헌법 소원을 청구하기 위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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