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사측에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서면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기아에 변속기, 시트 등을 납품하는 그룹의 부품 계열사다. 총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해 협력사 피해도 커지고 있고, 대규모 민폐 시위를 강행하면서 지역 주민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 명이 지난 28일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가로막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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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명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앞에서 4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점유한 채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도로에는 대형 무대와 초대형 스피커가 설치됐으며, 노조의 요구사항이 담긴 현수막과 대형 깃발이 등장했다.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은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나들목 초입에 위치하고 대형마트까지 맞닿아 있어 평상시에도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날 시위로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나 차량 운전자·승객들 모두 교통 체증으로 인한 불편은 물론 소음과 과격한 노랫소리, 모욕적이고 민망한 내용의 현수막 내용에 정서적 괴로움도 겪어야 했다.
특히 짐을 실은 대형 트럭이 4개 차선 중 시위대와 맞닿은 한 개 차선으로 운행하면서 운전자가 가슴 졸이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버스정류장을 가로막고 집회가 진행된 탓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들이 정류장을 크게 벗어난 곳에서 하차해 대형 깃발을 든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로 이동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등 1000여 명이 지난 28일 현대차·기아 양재사옥 앞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막은 채 대규모 집회를 벌이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일대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남은 1개 차선을 통해 시위대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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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8월부터 시민들의 환경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시위의 소음 허용 기준치를 하향 조정하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시위대는 강화된 법령에도 불구하고 고음의 운동가요를 반복해서 재생하고, 마이크를 통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등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집회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태”라며 “도로를 막고 진행하는 시위를 허용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일부는 지난 주말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까지 찾아가 구호를 외치며 피켓 시위도 벌였다. 노사 협상과 직접 관련이 없는 현대차·기아 사옥은 물론 그룹 총수의 자택 앞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면서 애꿎은 지역 주민에게까지 피해와 불편을 초래한 것이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무리한 주장을 내놓고 막무가내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안전과 불편을 볼모로 차선을 막고 대규모 집회를 벌인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인 처사”라며 “차량 교통과 보행자 이동 방해, 규제치를 넘어선 소음, 명예를 훼손 소지가 있는 표현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20여명이 지난 26일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인근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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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지난 11일부터 전면 판업에 들어가면서 현대트랜시스에 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1~3차 중소 협력 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는 현대차와 기아 역시 연쇄적으로 정상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면서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중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한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금융권에서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성과금은 영업실적을 기반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업이익을 2배 이상 초과하는 성과금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