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산안청 '통 큰 양보'에도 민주당 "중처법 그대로"…경제계 "막막"

민주당, 與 조건 수용했는데도 협상안 거부
野 "생명 우선 가치 충실" 與 "선거 때문에 민생 외면"
중대재해 사고도, 처벌도 중소기업 몰렸는데 '어쩌나'
  • 등록 2024-02-01 오후 5:34:53

    수정 2024-02-01 오후 7:18:40

[이데일리 경계영 성주원 김영환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 동안 유예하는 법 개정안이 1일 국회 문턱을 넘는 데 또 실패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요구대로 산업안전보건지원청 개청을 약속했지만 민주당이 “노동자 생명”을 이유로 협상안을 거부하면서다. 경제계는 “영세사업장 입장에선 그저 막막하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전날 제안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대신 2년 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개청하겠다는 협상안을 ‘수용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대로 시행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2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의당과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 회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협상 중단 촉구’ 피켓팅을 하는 가운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산업안전보건청은 당초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했던 사항이었다. 종전까지 정부와 여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반대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해 국민의힘이 민주당 조건을 전격 수용해 최종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협상 거부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산업현장에서의 노동자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그대로 확대 시행되면서 중소기업계 우려는 커진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은 사고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224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194건 각각 발생했지만 검찰에 기소된 사례는 중소기업 36건, 대기업 2건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은 온갖 조건을 내걸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해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83만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800만 근로자의 삶과 현장을 인질 삼아 희망고문했다”며 “민주당의 1순위는 양대노총으로 선거에서 이들 도움 받을 생각에 민생을 내던졌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 논의를 끝까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사정을 고려해 유예를 숙고한 부분이 있는데도 민주당이 이를 끝끝내 외면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계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입장문에서 “오늘 법안처리가 무산되면서 83만이 넘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예비 범법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며 “지금 복합경제위기로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와중에 형사처벌에 따른 폐업의 공포를 더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라고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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