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불출마 효과 나타났나…'어대현' 김기현 앞선 안철수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기현-안철수’ 양강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들 표심이 안철수 의원을 향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다. 선거 초반 ‘어대현’(어차피 당대표 김기현) 굳히기에 들어갔던 김기현 의원으로서는 전략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윤심 마케팅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김기현(오른쪽), 안철수 의원(사진=노진환 기자)

한국갤럽, 안철수 60.5% 김기현 37.1%

1일 발표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은 지지율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안 의원이 김 의원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월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410명에게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안 의원 60.5%, 김 의원 37.1%로 조사됐다. 지지율 격차는 23.4%포인트에 달했다.

또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1월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1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국민의힘 지지층 504명에게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설문한 결과 안 의원 47.5%, 김 의원 44.0%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에서 안 의원이 소폭 앞선 것이다. 나·유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요동쳤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안 의원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두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은 수도권뿐 아니라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정통 보수를 앞세우며 입당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안 의원과 차별화를 꾀하려던 김 의원으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이날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최근 여론조사 흐름에 대해 “우리당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아니라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유의해야 할 지표라고 생각하고, 당원들의 마음을 더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 이상 남은 선거…당원 선택은

당 안팎에선 김 의원이 윤심을 등에 업고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이뤄냈으나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 지역 좌장 격인 김 의원은 수도권에서 경쟁력과 인지도가 약한데다, 조직력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80만 명에 달하는 책임당원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 의원은 가수 남진, 배구선수 김연경 씨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이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뉘앙스의 설명을 달았다가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심을 빼고 나면 김 의원을 밀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당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 같다”며 “최근 난방비 폭등 문제 등으로 윤심에 대한 국민 여론도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선출 이후 당이 친윤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명분이 부족했다”며 “나·유 전 의원을 밀어내는 과정도 권력 투쟁으로 비쳤고, 그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한 달 이상의 시간이 남은 만큼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윤심이 대놓고 김 의원을 밀었는데 안 의원이 당선되면 대통령 레임덕 아니냐”며 “당원들이 과연 1년도 안 된 대통령의 권력을 죽이기 위해 투표장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위기감이 고조되면 친윤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