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마련저축 부실관리 책임 농어민에 떠민 정부…"대상·혜택 늘려야"

기재부 기금평가단, 농어가저축 장려기금 폐지 권고
가입자 저조에 부정수급까지.. 관리부실 피해는 농어민 몫
농어업계 "부실 운영 책임 떠넘기는 셈" 비판
  • 등록 2019-05-29 오후 5:24:45

    수정 2019-05-29 오후 8:01:28

농민들이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이진철 기자] 농어업인의 소득증대를 지원해주기 위해 시행 중인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의 금리 혜택이 사라질 위기다. 홍보 부족에 따른 가입자 저조와 부정 수급 등 정부가 장려기금을 부실하게 관리해놓고 그 피해를 농어업인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는 기금평가단을 구성해 추진한 올해 기금평가 결과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장려기금’은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같은 권고안을 이날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장려기금은 농어민이 예금을 할 때 기본금리에 더해 추가 금리 혜택을 주도록 금융위원회가 운영하는 기금이다.

농지소유(임차)가 2헥타르(㏊) 이하인 농업인이면 이를 활용해 월 20만원(연 240만원)까지 연 0.9~4.8%의 추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976년 처음 도입해 2016년 가입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고 그만큼 금리 혜택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올해 기금 재원은 약 720억원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반반씩 출연금을 내고 있다.

연간 저축한도 240만원.. 실제 재산형성 도움 안돼

기금평가단은 연간 저축한도가 240만원으로 낮은 편이어서 농어민 재산 형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데다 가입자 수가 줄고 있고 사업 관리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금을 없애고 차라리 더 실효성 높고 저소득층 농어업인에 특화한 대체 지원사업을 발굴하는 게 낫다고 제언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2017년 금융위의 의뢰로 시행한 연구용역에서도 이 같은 농어가 지원 정책을 저소득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이 나왔었다. 비농어업인이 금리 혜택을 받으려 편법으로 이용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꾸준히 나오는 것도 기금 폐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이다.

농업계는 기금평가단의 이 같은 권고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 차장은 “그나마 농어업계 목돈 마련 수단으로 활용해 온 금융상품을 축소하는 건 안 그래도 어려운 농어민을 더 어렵게 하는 일”이라며 “오히려 가입 대상과 혜택을 늘려 청년농이나 귀농어인 같은 신규 농업인의 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가입자수 감소세.. 폐지하려면 관련법 국회 통과해야

농어가 목돈마련저축은 최근 가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농어가목돈마련저축 가입 계좌는 27만 6000좌, 잔액은 9507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만좌, 78억원이 줄었다. 가장 많았던 2007년 56만 7000좌, 1조 6561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가입자격 대상인 농어민 수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부정 가입자 문제 역시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놓고 책임을 농어민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부정가입자는 지역 농·축협과 수협 등 저축기관이 농어업인 여부를 확인하고 국세청 과세정보를 활용해 농어업 소득 등 기준이 가입 대상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부정가입 땐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이익분은 환수하고 있다.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장려기금이 실제 폐지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이 기금 자체가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관한 법률로 규정된 만큼 폐지하려면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또 통과하더라도 바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신규 가입을 막는 형태다. 기존 가입 계좌는 3~5년 동안 유지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인 소득안정 측면에서 이번 권고안에 아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관련 진행상황에 따라 관계부처와 농업계와 협의해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농어가목돈마련저축 가입현황.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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