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해체 중단' 靑청원 파문, "국가에 배신감" vs "국민에 도발"

  • 등록 2018-08-23 오후 3:31:09

    수정 2018-08-23 오후 5:10:22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현직 기무사 대원으로 보이는 군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무사 해체 중단 요청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23일 오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국군기무사령부 모 중사’라는 명의의 청원 1건이 등록됐다. 자신을 기무사 근무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최근 결정된 기무사령부 해체를 제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원인은 “대통령님, 그리고 각 처부 장관 및 실무진분들의 노고 덕분에 이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로 변해가는 모습에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며, 자신을 현역 중사로 소개했다.

청원인은 최근 밝혀지거나 의혹이 제기된 기무사의 불법적 행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이 청원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대복귀에 따른 일부 근무자들의 해고를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그 사실(과거 불법정 행태)을 부인할 수 없으며 저 또한 책임 면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렇게 글을 쓰는 요지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요원들이 이번주 금요일 자신이 해고될까 두려움에 술로 밤을 지새우며 밤잠 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부대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허나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아무 죄없는 선후배들을 원대복귀라는 미명하에 해고 통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또 “제 동료들 중에는 이제 세 아이의 아빠도 있고, 이제 100일이 된 아들의 아빠도 있다. 국군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누군가의 가족, 친구, 지인”이라며, “눈물을 머금고 한숨과 한탄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은 국가에 대한 충성 일념으로 살아온 그들에게는 능지처참 그 이상의 기분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청원인은 “국가의 안보와 군대의 기능이 살아 있다면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과 이에 따른 원대복귀 및 인사명령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고 가족들과 이사 준비를 할 것이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조직과 국가에 배신감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해당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이날 오후 기준 1700여명으로 그리 많지 않으나, 청원인이 자신을 현역 기무사요원이라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청원 게시판에는 이 요원을 제재해야 한다는 다른 청원이 등록되기도 했다. 이 청원인은 “국민들은 현재 진행중인 기무사 개혁작업에 적극적인 찬성을 하고 있다”며, 해체 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해당 청원을) 군 최고통수권자에 대한 도전이자 국민에 대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이번 사건의 주동자 및 연루자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정상참작 없는 조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무사 해체 후 창설되는 안보지원사는 24일 현 기무사 요원 가운데 새 사령부에 남을 이원을 확정할 계획이다. 계엄령 문건 작성, 세월호 민간인 사찰, 댓글공작 등에 연루된 기무사 요원 200~300명은 육·해·공군 등 원래 소속부대로 복귀한다. 나머지 요원에 대해서는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이 내부감찰을 거쳐 선별작업을 진행한 후 원대 복귀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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