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땀나는데"…따릉이 헬멧 대여 첫날 시민들 '시큰둥'

오늘부터 한 달 간 따릉이 헬멧 시범운영
시민들 "헬멧 있어도 더워서 쓰지 않을 것"
시설관리공단 "확대도입 신중히 검토할 것"
  • 등록 2018-07-20 오후 5:31:28

    수정 2018-07-20 오후 6:26:23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에 설치된 헬멧 보관소.(사진=최정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서울 최고온도가 34까지 오른 20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인근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 대여소 앞에 낯선 보관함이 놓였다. 보관함 안에는 40여개의 자전거 헬멧이 있었다. 자전거를 빌린 후 헬멧을 쓰고 10분 정도 탔더니 머리와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헬멧 안쪽에는 땀에 흠뻑 베어 있었다.

서울시가 오는 9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따릉이’ 헬멧 대여 시범운영에 나섰다. 그러나 뜨거운 날씨에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더운 날씨에 헬멧 사용이 불편한데다 위생까지 걱정이다 보니 사용하기 꺼려진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더운 날씨에 착용하고 싶지 않아”...헬멧 분실 우려도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이날부터 한 달간 출퇴근 시간대 이용률이 높은 여의도 지역에서 헬멧 무료 대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공단은 여의도 지역 따릉이 대여소 30곳에서 안전모 500개를 시범 대여하고 400개는 자전거 바구니에, 100개는 대여소에 인근에 설치한 보관함 6개에 비치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더운 여름 날씨에 불편함이나 위생 문제로 헬멧을 착용에 우려를 표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속도를 내며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출퇴근으로 잠깐 타는데 헬멧까지 쓰는 불편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2)씨도 “다른 사람의 땀까지 섞여 있을 헬멧의 위생상태가 걱정이다”고 전했다.

시설공단에 따르면 헬멧 가격은 1개당 1만 5000원다. 서울시 전체에 3만개의 헬멧이 구매할 경우 4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자전거와 달리 헬멧은 대여와 반납을 확인할 수 없어 분실 우려가 크다는 문제도 나온다. 실제로 대전시는 2014년 헬멧 150개를 대여소에 비치했지만 두 달도 되지 않아 헬멧의 90%를 분실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탈취제·소독제로 헬멧을 주 3회 이상 소독하고 악취가 심한 헬멧은 회수해 살균 및 탈취를 할 계획”이라며 “여의도를 벗어난 헬멧은 관할 구역 팀들이 수거해 센터로 반납하고 다시 여의도에 비치하는 방법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범운영 첫 날부터 삐걱...“검토 통해 확대 도입 신중히 결정”

시범운영 첫 날인 이날 오전에는 헬멧 대여에 애를 먹기도 했다.

시설관리공단은 안내판과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부터 시범운영한다고 공지했다. 따릉이 안내센터도 이날 오전부터 국회의원 회관과 KBS 앞, IFC몰, 여의나루역 1번 출구에서 헬멧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보관함은 비어 있거나 잠겨 있어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어제 밤부터 준비하려다 오전에 여의도로 유입하는 이용객들이 많아 오늘 오후부터 운영하기로 했고 따로 공지하지는 못했다”며 “헬멧 대여 시범운영 기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확대 도입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오전 9시 30분 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헬멧 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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