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벗어나지 못하는 용산역세권개발..수개월 ‘목숨잇기’만

소송서 ‘400억’ 수혈..이사회 5500억 자금조달 방안 통과
AMC는 최대주주 코레일과 소송 추진..갈등 봉합 ‘요원’
  • 등록 2013-02-07 오후 6:35:57

    수정 2013-02-07 오후 6:35:57

[이데일리 윤도진 기자]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다음달로 다가온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게 됐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약 400억원의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출자사들을 통한 자금조달 가능성도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업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의 자금난은 숨을 돌릴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 환경이 최악인데다 이에 따른 출자사 간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이대로는 파국을 면하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자금 수혈에도 당장 수개월 연명만 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내달 부도위기는 넘길듯..“급한 불 껐지만”

7일 용산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한규현 부장판사)는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가 “무단으로 용산 부지를 사용한 부당사용금 440여억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드림허브는 사업부지인 철도창 부지내 우편집중국 땅을 2007년 말 사들이고 2008년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늦어지면서 작년 7월에야 해당 토지를 넘겨 받았다. 재판부는 4년여 동안 사용한 것에 대한 배상금으로 380억원을 드림허브와 수탁사인 대한토지신탁에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AMC 측은 배상 지연 이자가 연 20%에 달하기 때문에 우정사업본부가 조속한 배상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드림허브는 사업 잔액이 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음달 12일 돌아오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9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 부도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상금이 들어오면 금융비용과 밀린 103억원 규모의 해외설계비도 지급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열린 드림허브 이사회에서는 총 5500억원 규모의 ABCP 및 전환사채(CB) 발행 안건이 통과돼 출자사를 통한 자금수혈에 길이 열렸다.

토지주(용산철도차량기지)인 코레일이 돌려줘야 할 토지대금과 기간이자 3073억원을 담보로 ABCP를 발행하는 안건은 10명 이사 중 7명의 찬성(코레일 측 1명 반대, 2명 기권)으로 이사회를 통과했다. 또 출자사가 지분율과 관계없이 인수 규모를 정할 수 있도록 한 2500억원 규모의 CB 발행안건은 이사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문제는 ABCP 발행이 코레일의 토지대금 및 기간이자에 대한 반환확약서를 제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라는 데 있다. 코레일은 현재 “추가로 담보를 내놓을 수 없다”며 ABCP 발행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CB발행 역시 출자사들 가운데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삼성그룹 계열사 정도만 자금여력이 있을 뿐이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작년 12월에도 같은 규모의 CB 발행이 추진됐지만 출자사 어느 곳도 청약에 참여하지 않아 실패한 바 있다.

‘치킨 게임’ 여전..AMC, 최대주주 코레일과 소송 ‘으름장’

결국 용산개발사업은 사업성 개선과 출자주주 간 갈등 봉합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난국을 타개하기 어려운 구조다. 수백억원의 배상금액과 출자사를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이 의결기구를 통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또 목숨만 부지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AMC는 코레일을 상대로 ▲랜드마크빌딩 2차 계약금 4342억원 ▲토지오염정화 공사비 1942억원 ▲토지인도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41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 안건도 상정했다. 이는 롯데관광개발를 중심으로 한 민간 출자사들과 토지주이자 사업 1대 주주인 코레일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AMC 측은 “사업이 파산으로 갈지 정상화될지는 코레일에 달린 셈”이라며 코레일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코레일 측은 “추가로 자금조달을 요청하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며 무리한 추가 자금조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땅 56만6800㎡를 통합개발하는 사업으로 2006년 8월 정부종합대책으로 확정됐다. 111층 랜드마크 타워와 쇼핑몰, 호텔, 백화점, 아파트 등 60여개 동을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코레일은 사업계획을 ‘통합일괄개발’에서 ‘통합단계 공공개발’로 변경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롯데관광개발 등은 사업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을 동시에 개발하는 통합개발을 고수하고 있다.

드림허브가 출자사 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파산할 경우 현재까지 투입된 4조원 등에 대한 책임을 가리기 위해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또 약 7년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서부이촌동(이촌2동) 2300여 가구 주민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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